“도입도 유예도 답 없다”...지방 택시월급제 ‘딜레마'
"월급제 필요 vs 현실 어려워" 의견차 팽팽
택시 노조 “월급제 위해 지자체 지원 필수”

오는 8월 전국 시행을 앞뒀던 택시월급제가 2028년 유예 논의로 월급제 실행 타당성에 대한 찬반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여야 합의로 유예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제도 전국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된 것이다.
특히 수요 기반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미루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월급제는 회사가 운송 수입을 전액 관리하고 기사에게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사납금제는 법인택시 소속 기사가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로, 과도한 운행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도입됐다.
해당 제도는 2021년부터 서울에서 시범 시행됐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전국 확대를 앞두고 현장과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리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택시 법인 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양대 택시 노조(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가 지난해 기사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선호 임금 체계를 조사한 결과, 57.9%가 사납금제를 선택했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월급제 적용을 수년간 기다려왔는데 또다시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제도 후퇴”라며 고공농성에 돌입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지역 택시 시장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수요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방에서는 매출 기반 자체가 약해 월급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고정 수요가 부족한 지역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광주의 법인택시 면허는 2021년 3천165대에서 2026년 2천459대로 줄었고, 전남도 2천527대에서 2천343대로 감소했다. 운전자 수 역시 감소 흐름을 보이며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현실적 부담을 호소한다. 권동규 광주택시운송사업조합 총무국장은 “월급제를 시행하려먼 기사가 주 40시간을 일해야 한다. 저희 지역 기사 평균 나이가 60세 정도다. 고령의 운전사가 주 40시간을 현실적으로 채울 수 없다”며 “업체 입장에서 한 기사 당 하루에 25만원 정도를 벌어야 200만원 이상의 고정 월급제를 지불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기사 당 월 약 400만원 정도의 수입을 내는데 회사에서 기사 1명을 유지하려면 270만~280만원이 들어가는데 월급제를 시행하면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제도 유예에 반대하며 월급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사납금을 채우고 나면 월 수입이 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반복된다”며 “불안정한 구조를 바꾸려면 월급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노동계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홍근 택시노조 광주지부 의장은 “월급제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 구조로는 지방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리스제나 파트타임 계약 등 지역 실정에 맞는 근로 방식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20년간 택시를 운행한 최모(60)씨는 “솔직히 월급제가 되면 안정적으로 벌 수 있어서 좋긴 하다. 지금은 손님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일해도 수입이 들쭉날쭉하다”며 “개인 택시도 아닌데 지방에서는 손님 자체가 적어서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버스와 같이 정부나 지자체에서 유류비나 인건비를 보전하기 위한 공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월급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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