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 덮친 전쟁의 불길… 4월 실적·美 금리기조가 운명 가른다[박석현의 미장 돋보기]
3월 필라델피아 반도체 -7.9%
투자조정 차원서 잇단 수익실현
일시적 수급악화땐 매수 기회로
이익 호조세 정점 우려는 기우
실적발표 시즌후 상승여부 확인
물가탓 금리인상 전망 20%상회
장기 고금리땐 유동성위기 촉발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당초 단기전에 무게를 뒀던 시장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고, 전쟁 양상은 장기전 위험과 함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지지부진했던 미국 주식시장 수익률은 3월 들어 빠르게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3월 들어 각각 7.4%, 7.6% 하락(3월 27일 기준)하며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경우 올해 수익률이 5.3%를 기록하며 여전히 상승을 유지하고 있지만, 3월 수익률은 -7.9%를 기록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빅테크가 주도해온 미국 주식시장 강세장 사이클의 핵심이 반도체 업종이라는 점에서 최근 반도체주 부진은 투자자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3가지 측면에서 가격 흐름에 변화가 생긴 배경과 향후 방향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지정학적 위험으로 채권 가격과 주식 가격, 여기에 금 가격까지 동반 하락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자산 비중 조정)으로 수익률 방어가 어려워지는 체계적 위험이 부각됨에 따라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반도체주에 대한 수익 확정 매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시간의 문제일 뿐, 반도체주 추세적 흐름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크지 않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차익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일시적인 수급 악화가 주가 조정의 원인이 됐다면 변동성 국면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반도체주 강세의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이익 전망 호조가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다. 각각 2월 말과 3월 중순에 실적이 발표됐던 엔비디아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경우 실적 결과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심지어 회사 측에서 제시한 실적 가이던스(향후 전망)마저 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빅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이익 모멘텀 정점 통과 우려를 반영하는 주가 흐름의 전형적 패턴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가 선행적 특성을 중요시한다 하더라도 이는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 핵심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이익 전망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고,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주가 조정으로 고평가 부담은 오히려 해소된 상태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쟁 불확실성이 잠잠해진다면 4월부터 본격화될 실적 발표 시즌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주가 상승을 여전히 뒷받침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실물경제로의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하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기조 변화를 위협할 만큼 일파만파로 커질 가능성인데, 3월 이후 미국 주식시장 약세가 심화된 점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Fed는 3월 셋째 주에 열린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예상보다 높은 서비스 물가 여건으로 인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바 있는데,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한층 자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 선물거래에 반영되는 올해 Fed의 정책금리 전망은 기존 1∼2차례 금리인하 전망이 힘을 잃고, 연말까지 금리동결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70%를 상회하며 가장 높은 확률로 빠르게 자리 잡았고, 심지어 이제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금리인상 가능성이 20% 이상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 그리고 이에 따른 Fed의 통화정책기조 변화 우려는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서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4.4%를 상향 돌파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려 주가 약세를 이끄는 대표적인 요인이고, 고금리는 기업들의 자본 조달 부담을 높인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초대형 기업들마저 현금흐름 압박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은 투자 계획을 점검해야 하는 동인이 되며, 최근 반도체주 하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고금리 환경이 길어질수록 최근 논쟁이 분분한 사모 대출(private credit) 관련 유동성 문제를 촉발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대부분 변동 금리로 짜여있는 사모 대출 구조를 고려할 때, 금리 상승은 부실화 우려로 추가적인 환매 요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어느덧 5주차에 접어들었다. 전쟁 양상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진정보다는 오히려 확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 개시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고유가 장기화를 시작으로 부정적 파급 효과 전달 경로가 순차적으로 열릴 수 있고, 동시에 시장 불안정성도 점차 커질 수 있다. 주가 형성의 가장 핵심이 되는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의 구성에 있어 대외 충격 우려로 인해 낮아진 밸류에이션은 중기적인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의 파급 효과가 궁극적으로 기업이익 전망을 훼손시킬지 여부에 대한 확인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은행 WM그룹 주식전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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