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총리는 되는데 왕은?”…日 왕위계승 논란 재점화

정성환 기자 2026. 3.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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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전범, ‘남계의 남자’만 계승 허용
여성 천황 지지 여론 69~90% 달해
의회 대안 두가지 논의…결론 미지수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 일본 궁내청

왜 일본은 영국과 다르게 여왕이 없을까? 공화국 체제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왕실의 존재 자체가 생소하지만, 입헌군주제 국가인 일본에서 일왕은 나라의 얼굴이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인이다. 그만큼 누가 다음 일왕이 되느냐도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과거 여성 일왕이 있던 시절도 있지만 현행 제도상에선 여성의 일왕 즉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24)를 차기 일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 불붙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왕실 제도를 주제로 지난해 9~10월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69%가 황실전범 개정과 여성 일왕 탄생을 지지했다. 교도통신이 2024년 봄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률이 90%에 달했다.

일본 왕실은 남자의 계승, 그것도 ‘남계의 남자’만 허용하고 있는 까닭에 아이코 공주는 제도적으로 일왕으로 즉위할 수 없지만, 그를 지지하는 민심과 정치권 사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은 남성 후계자 단 한명…특례입학 논란도
차기 일왕 즉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점쳐지는 히사히토 왕자(오른쪽). 일본 궁내청
일본 왕실의 제도와 구성을 규정하는 법률인 ‘황실전범’은 1889년 제정 이후 “황위는 황통에 속하는 남계 남자가 계승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 젊은 세대 왕족 중 계승 자격이 있는 남성은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 히사히토 왕자(19) 한명뿐이다. 여성 왕족은 결혼과 동시에 왕족 신분을 잃는 규정까지 더해지면서 왕족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거기에 히사히토 왕자는 지난해 일본의 명문 국립대학교인 쓰쿠바대학교에 일본의 대학입학 공통 시험 없이 특례입학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22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시기에도 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입학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반대로 아이코 공주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산 물병을 계속 사용한다는 등 검소한 모습이 일본 누리꾼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여성 계승 인정 못해” 최초 여성 총리의 역설
26일 의회에서 발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역설적인 것은 일본 최초 여성 총리가 여성 일왕 계승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최초 여성 총리직을 맡은 뒤 2월18일 재취임까지 성공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왕의 남성 계승 원칙을 지지한다. 

다수 일본 매체에 따르면 그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황실전범은 남계 남자에 의한 계승을 정하고 있다. (여성에 의한 계승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문가 회의 보고서도 남계 남자 계승 한정을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현행 황실전범 유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일본 내 보수파는 “일왕가는 태양신으로부터 이어졌다”는 건국신화와 2600년 넘게 이어진 남계 계승 전통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의회는 여야 합의 촉구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 일본 궁내청
찬성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야당인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살아 있는 동안 여성 일왕을 보고 싶다며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지지통신이 2026년 2월1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같은 날 중의원 의장으로 선출된 모리 에이스케 의장은 취임 후 왕족 수 확보 방안을 둘러싼 여야 협의의 조율 역할을 맡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도 3월 16일 안정적 계승을 위한 제안은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의회는 두가지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첫번째는 결혼 후에도 여성 왕족이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두번째는 전후 왕족 신분을 잃은 구 왕실 남계 후손을 왕실에 복귀시키는 방안이다. 자민당은 두번째 안을 우선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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