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특별시’에 쏠린 눈…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한 돌파구인가,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인가. 전국 각지의 광역시·도 간 행정통합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전·충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세 지역에서 통합이 추진되었지만 3월19일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통합 특별법이 통과된 지역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전남광주특별시)’가 유일하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이번 행정통합을 통해 인구 317만명이 사는 거대 지자체가 되었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가 내건 각종 행정통합 인센티브의 첫 번째 수혜 지역이 된다.
법이 통과되고, 광주와 전남을 구분하던 경계를 지우고, 중앙정부로부터 대규모 재정과 특례 지원을 받게 되었으니 행복한 결말에 이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그 자체로 많은 숙제를 미뤄두고 있다. 통합 특별법 총 408개 조항의 상당 부분은 각종 특례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내용은 빠져 있다. 대표적인 사항이 바로 ‘주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다.
특별법 7조에 따르면 전남광주특별시의 청사는 전남동부청사(순천), 무안청사(현 전남도청), 광주청사(현 광주광역시청)를 ‘균형 있게’ 사용한다고 명시한다. 문구만 보면 세 지역을 고루 안배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뒤로 미룬 것에 가깝다. 주 청사 위치는 실질적인 ‘통합특별시청 소재지’를 결정한다.
시청 청사를 균형 있게 사용한다는 세 지역은 통합을 둘러싼 갈등의 세 축을 의미한다. 광주는 통합 광역권의 중심지다. 인구가 가장 많은 대도시다. 1986년 직할시로 승격되기 전부터 호남 지역의 중심도시 역할을 했지만, 옛 전남도청이 옮겨 간 후 광주 구도심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쇠퇴 상권이 된 경험을 안고 있다. 무안은 현 전남도청 소재지로 목포-신안-무안으로 이어지는 전남 서부권역의 이해가 달렸다.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목포-무안 경계 지역에 남악신도시를 지어 지역 인구를 붙잡아두고 있다. 한편 순천은 여수-순천-광양으로 이어지는 전남 동부권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전남 안에서도 동부권은 ‘인구와 공장은 많지만 행정 중심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전부터 제기되었다. 이런 세 지역의 갈등을 일단 ‘통합 지자체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미루고 선거가 치러진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첨예한 갈등 미뤄둔 통합
청사 문제는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역에서 통합을 가로막는 갈등 요인이다. 2024년 행정통합이 한 차례 무산된 대구와 경북은 청사 수와 위치를 놓고 갈등했으며, 대전·충남 역시 홍성과 예산에 걸쳐 조성한 내포신도시(충남혁신도시)에 있던 현 충남도청의 역할 문제가 지역 내 갈등 요인이다. 대전·충남의 경우 천안·아산 등 수도권과 가까운 북부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 통합 후 지역 내 주도권 논란까지 제기된다. 통합 지역 내에서 2~3개 소지역의 경쟁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통합이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이처럼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제가 함께한다. 애초 행정통합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에서 비롯됐다. 행정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광역시·도가 각각 집행하던 산업·재정 전략을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집행하도록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전국에 5개 초광역권을 만든다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전략도 재원을 더 큰 덩어리로, 더 집중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극3특’ 이전부터 광역시·도 통합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5년 1월22일, 행정안전부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이하 미래위)’는 행정통합 전략이 담긴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발표 직전 윤석열이 12·3 내란을 일으킨 탓에 주목도는 낮았지만, 당시 권고안에는 지금 살펴봐도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광역시의 소멸’을 지적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당시 권고안은 부산·대구·광주 같은 광역시가 거점도시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광역시의 구도심화, 베드타운화다. 예를 들면, 2000년대까지 광주나 대구는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지역에서 학업·의료·취업을 위해 이주하는 거점 대도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광주나 대구는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곳이라기보다 전남이나 경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베드타운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주간인구지수’다. 정주 인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간에도 해당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2020년 기준 광주는 97.2, 대구는 94.7에 불과했다. 낮보다 밤에 머무르는 인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당시 미래위가 지적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이재명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건은 실행 방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표면적으로 행정통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2024년 대구·경북 통합 무산 당시 적극적으로 합의를 이끌거나 중재하지는 못했다. 자리(단체장), 돈(재정), 사람(인구)이 걸린 통합 논의에서 임기가 한정된 지자체장끼리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출된 결론이 각종 인센티브다. 이재명 정부 국무조정실은 1월16일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 각종 특례를 발표했다. 인센티브를 줄 때, 통합을 서두르라는 메시지였다.
연 5조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통합 이전인 2026년 기준 광주광역시의 1년 예산은 약 7조7000억원, 전라남도는 약 12조7000억원이다. 통합하더라도 연 20조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4년간 5조원이 추가 배분되는 것은 지역이 그동안 가보지 못한 길을 상상하게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는 지역이 자체적인 산업 전략을 만들어 지역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정 인센티브의) 핵심은 지역의 산업 경제발전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 5조원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그러나 세부적인 갈등 조정을 ‘선거 이후’로 유예시킨 전남광주특별시는 자연스럽게 ‘재원 활용’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산업 생태계는 당면한 위기와 막연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전국에서 재생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동시에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중이다. 기존 산업을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마중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 투자가 하나의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고, 결국 그것의 ‘배분’을 지방정부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자연스럽게 오는 7월부터 전남광주특별시를 이끌어갈 지자체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권한도 막강하다. 과거 광주광역시장이나 전남도지사가 집행한 것보다 2~3배 더 많은 예산을 움직이고, 훨씬 더 많은 인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 선거의 구도상 다가오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전남광주특별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이들은 6명이다. 통합 이전 각각 광주·전남 지자체장인 강기정 시장, 김영록 지사도 출사표를 던졌다.
대다수 후보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주 청사’ 문제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순환근무를 강조하거나, 민주적인 공론화 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겠다는 식으로 답을 미루며 특정 지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 ‘20조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선 각종 아이디어를 적극 쏟아내는 중이다. 가령 강기정 시장은 20조원 가운데 3조원을 종잣돈 삼아 위기산업 지원과 신산업 양성을 동시에 거두겠다고 밝혔고, 민형배 의원은 20조원 중 16조원을 초첨단산업 유치에 쓰겠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 정도 재원에 대한 계획이 언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머니가 넉넉한 선거에서는 장밋빛 미래만 부각된다. 하지만 선거철이 지나고 통합이 익숙해진 뒤에는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전남광주특별시는 출범과 동시에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 된다. 2026년 2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전남광주특별시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6만여 명이다. 고령인구 비율로 따지면 24.2%로, 행정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경남(23.2%)이나 충남(23.4%)보다도 높다. 통합 이전부터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전남(28.5%)의 영향이 크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으면 산업생태계 형성에 어려움이 따르고, 반대로 지방정부의 복지지출 규모는 더 커진다. 317만명이 사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자체가 되었지만, 막상 젊은 인구는 305만 인구를 가진 인천보다 훨씬 모자란 게 현실이다.
추가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남광주특별시를 주시하는 눈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전례 없던 속도전으로 통합을 이뤄낸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유예시킨 갈등이 불거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 행정통합 이후 새 지방정부가 내놓을 지역의 밑그림, 지표로 나타나는 통합의 효과까지, 이 지역은 향후 지방 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거대한 테스트 베드로 작동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가 어떻게 집행되고,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둘 것인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인센티브 규모만 발표했을 뿐, 연 5조원 규모의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것은 광주·전남만의 실험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초래하는 각종 폐단을 줄이기 위해 국가 공동체 차원의 투자가 집행되는 일이다. 좋든 싫든 전남광주특별시는 이제 거대한 불판이 되었다. 정부가 4년간 20조원을 투입하는 전례 없는 시험대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입방아에 오른다. 절박함에서 시작한 통합은 과연 선순환의 역사를 만들 수 있을까.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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