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치킨값 다 뛴다…중동발 쇼크에 밥상물가 '초비상' [중동발 나비효과①]

오세성 2026. 3. 3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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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접어든 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
국제유가 115달러로 껑충…환율도 1515원 돌파
비룟값→농산물값→축산물값 연쇄 상승 우려
강원 춘천시에서 한 농민이 농업용 멀칭 비닐을 이랑에 씌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가 국내 밥상 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란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을 공식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 우려가 커졌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으면서 농업 생산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3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세계 원유 수송 비율은 20%,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비율은 12%에 달한다. 후티 반군이 이란 편에서 참전을 선언하며 호르무즈에 이어 바브엘만데브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일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15달러 안팎으로 올랐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참전한 예멘의 후티 반군. / 사진=REUTERS


유가 급등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비료와 사료, 농기계용 유류, 운송비까지 한꺼번에 자극해 농축산물 가격 전반을 밀어 올리고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 역시 최근 장중 1515원 선을 찍는 등 급등 흐름을 보여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품목은 비료다. 요소는 대표적인 질소비료 원료인데, 중동산 의존도가 43.7%에 달해 전쟁 이후 수급 불안 우려가 커졌다. 로이터는 국제 요소 가격이 최근 t당 684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전쟁 발발 이후 약 47% 뛰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계에선 이처럼 크게 뛴 가격으로 들여온 요소가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 생산분에 반영돼 업체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비료업체 관계자는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렸지만 더는 구매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동남아산 요소를 t당 800달러 수준에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비료의 주요 원료인 인산이암모늄(DAP)과 염화칼륨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사용할 물량은 확보돼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 차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향후 국내 비료 가격 상승과 영농비 부담,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농자재 센터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료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옥수수와 대두박 등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면 곡물 가격이 안정돼도 국내 반입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상 운임과 환차손까지 더해지면 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돼지고기·닭고기·계란·우유 같은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축산물 가격에서 사료비 비중이 50~60%에 달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료의 경우 7월까지 사용할 610만t 분량이 확보되어 있어 당장 수급 차질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유가와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가격 인상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농가의 사료 구매 자금 지원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상승 충격은 비료와 사료를 넘어 농자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하면 멀칭 비닐과 하우스 비닐 등 비닐과 플라스틱 계열 자재 가격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 양평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상추가 자라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수도권의 한 농업용 비닐 생산업체 관계자는 "원재료인 폴리에틸렌 구매비가 뛰면서 제품 가격도 30~50% 높였다"며 "그나마도 오른 가격에라도 생산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원재료를 구하지 못해 공장을 세운 업체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비용 상승 역시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전망이다. 비료·사료·농자재값이 오르면 결국 농산물과 축산물,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가 증가했고 원재료와 포장재 등의 가격도 재고를 소진한 이후에는 상승분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면 제조사나 유통사가 부담을 흡수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향후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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