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이부진, 15년 만에 호텔신라 '주주'된 이유
실적 악화·주가 폭락에 주주 불만 커져
우호지분 20% 안돼…지배구조 여전히 취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이사 취임 이래 처음으로 자사 주식을 매입합니다. 15년간 호텔신라 경영을 총괄하면서도 지분은 한 주도 없었던 이 사장이 처음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데요. 실적 악화와 주가 폭락으로 주주 불만이 커지자 이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호텔신라의 우호 지분이 20%가 채 되지 않는 만큼 지배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15년 만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이 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한다고 지난 26일 공시했습니다. 이 사장은 다음달 27일부터 총 30일에 걸쳐 호텔신라의 지분 47만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사장 외에도 호텔신라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한인규 사장 역시 지난 23일 2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했습니다.
이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 일선에 나서왔지만 개인 명의로는 호텔신라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삼성생명(5.76%)을 비롯해 삼성물산(6.1%) 삼성전자(0.62%) 등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삼성생명은 호텔신라의 지분 7.3%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호텔신라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사장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호텔신라를 지배해왔습니다.
이 사장이 개인 자금까지 투입해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주가 부양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주주 신뢰를 강화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주 달래기
실제로 호텔신라 실적은 수년간 정체 상태입니다. 주력인 면세 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인데요. 엔데믹 이후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죠. 실제로 2022년 4조9220억원까지 치솟았던 매출액은 지난 2023~2024년 3조원 선에 머물렀고요. 지난해 4조원 선을 간신히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2022년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수익성도 좋지 않습니다. 호텔신라는 2024년에는 영업손실까지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3%에 불과했습니다. 실적 부진 탓에 주가도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6만원 대였던 호텔신라의 주식은 이 사장의 주식 매입 공시일이었던 지난 26일 4만1950원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호텔신라의 소액주주들은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데요. 지난 19일 호텔신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를 통해 이 사장의 연임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죠.

주주들을 달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당과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입니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최근 실적 악화로 배당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23년까지 24년 연속 배당을 이어왔지만 2024년부터 2년 연속 배당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기순손실이 2024년 15억원, 2025년 213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이 2024년 2093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앞장서고 있지만 이 역시 호텔신라는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호텔신라가 보유한 자기주식 213만5000주는 2024년 7월 발행한 교환사채 담보로 묶여 있어 소각이 불가능하죠.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개인 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나도 이 회사를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할 수 없다면 경영진이 직접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지배력 확대
특히 이 사장의 이번 주식 매입에는 호텔신라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완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호텔신라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삼성카드(1.3%), 삼성SDI(0.1%) 등 삼성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쳐도 이 사장의 우호 지분은 총 16.9%에 그칩니다. 회계 기준상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 20%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호텔신라의 소액주주 비중은 70%를 넘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소액주주들로부터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우호 지분은 18%대로 늘어나며 이 사장은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데요. 다만 여전히 지분율이 높지 않다 보니 지배구조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 사장의 이번 매입이 일회성에 그칠지 추가 매입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 회복'일 겁니다. 이 사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TR부문은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호텔부문은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사장의 200억원 주식 매입이 실제로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일회성 제스처에 그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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