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현장을 가다-명일동] 학군에 교통·일자리 ‘트리플 코어’로 둔촌동과 쌍두마차 기대

정혜진 기자 2026. 3.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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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주공9·명일한양 심의 통과로 기대감
1.1만 가구 ‘하이엔드 벨트’ 본궤도
9호선 연장·고덕비즈밸리 배후지
강남 60% 가격에 ‘완성형 입지’ 뚜렷

“인근에서는 ‘명일동 4인방(신동아·우성·현대·한양아파트)의 부활’이라고 해요. 검증된 학군에 9호선 연장과 재건축까지 더해지면 단순히 ‘가성비 강남’을 넘어 강동구 위상을 몇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 일대에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2019년 래미안 솔베뉴(옛 삼익그린 1차) 준공 이후 한동안 신축 공급의 맥이 끊겼던 명일동이 서울시의 잇따른 재건축 심의 통과로 기지개를 켜는 상황이다. 5호선 명일역과 굽은다리역을 가로축으로, 고덕역을 세로축으로 삼아 네모난 격자형 블록을 형성한 명일동 일대가 일제히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9년 옛 삼익그린1차 아파트 옆에 부동산을 연 뒤 40년 가까이 명일동의 변화를 지켜본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명일동의 대대적인 재건축을 ‘명일동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1.1만 가구 ‘하이엔드 벨트’ 가시화...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급 파급력

한때 강동구의 부촌(富村)으로 불리던 명일동은 2019년 래미안 솔베뉴(옛 삼익그린 1차) 준공 이후 한동안 신축 공급의 맥이 끊겼다. 이 시기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탈바꿈한 고덕동, 상일동과 비교되면서 한동안 집을 보러 온 매수자들도 고덕동, 상일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꾸준한 수요는 있었지만 물밑의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매수세 급증으로 인해 명일동 일대 구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60~70% 가량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0일 시행된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지난 달까지의 강동구 명일동 일대 아파트 거래량은 삼익맨숀아파트와 삼익가든2차가 각각 16건, 15건을 기록했고 명일 우성(12건), 삼익파크맨션(11건), 고덕주공9단지(10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근 대장 단지로 꼽히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세대)의 같은 기간 거래양이 12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 전경 /박지우기자

이달 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도 이 같은 기대감에 힘을 보탰다. 이달 초 고덕주공 9단지와 명일 한양아파트의 재정비계획이 심의를 통해 수정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된 고덕 현대, 명일동 신동아 아파트와 함께 나란히 재건축의 ‘부스터’를 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비구역 지정 준비가 한창인 명일 우성아파트까지 포함하면 명일동 일대 5개 단지에서만 약 5900세대의 신규 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역세권 중심으로 최고 49층의 고층 아파트로 명일동 일대의 스카이라인이 새롭게 그려지면서 명일동이 탈바꿈하게 됐다. 정비구역 지정 준비 중인 삼익그린 2차(3353세대 예정)와 사업인가를 추진 중인 삼익맨션까지 더하면 사실상 1만 1000여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하이엔드 주거 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는 단일 단지 최대 규모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육박하는 파급력이다. 명일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난 주 명일한양 매물이 거래 됐다”며 “지금은 매물 확인만 하는 상황이지만 부동산 상황이 풀리고 나면 거래가 본격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 못지않은 교육 특구”... 고덕역 학원가와 명문 학군의 힘

명일동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완성형 교육·주거 인프라에 더해지는 교통 혁명이다. 배재중·배재고, 한영외고 등 명문 학군과 탄탄한 학원가는 이미 갖춰져 있다. 이미 이달 기준 서울 내에서 많은 학생 수로 유명한 상일동의 고일초등학교(1889명), 고덕동의 고덕중학교(1483명) 학생들을 비롯해 근방의 학생들의 모두 고덕역 학원가를 이용할 정도다. 그주 주말 고덕역 학원가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주민들의 목소리는 확신이 차 있었다. 인근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지난해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명일 신동아를 선제적으로 매수했다”며 “상일동 신축 단지들도 좋지만 결국 9호선 환승역이 되는 고덕역과 학원가를 끼고 있는 명일동이 향후 10년 뒤 강동의 진정한 대장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주상복합으로의 재건축을 앞둔 옛 주양쇼핑 자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혜진기자

여기에 현재 9호선 기점인 중앙보훈병원역 너머로 9호선 고덕역과 한영외고역이 신설될 경우 기존의 5호선 고덕역과 환승역으로 기능하고 역이 부재했던 명일한양, 고덕주공9단지 아파트에 새롭게 교통 편의성을 대폭 높일 예정이다. 2028년 개통 예정인 9호선 연장선이 뚫리면 봉은사역을 비롯해 신논현역, 고속터미널역 등 강남권 업무지구까지 20분대에 갈 수 있게 돼 ‘강남 접근성’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완벽히 맞춰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과제도 있다. 현재 각각 마천행과 하남검단산행으로 나뉘어 있던 5호선 둔촌동역과 굽은다리역을 연결하는 직결화 사업은 2022년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동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신청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5호선을 통해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있는 둔촌동역과 명일동이 연결될 경우 두 개의 거대한 주거 벨트가 연결돼 교육·생활·일자리에서의 시너지가 폭발적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현실화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다.

강남 20분대 직결로 ‘가성비 강남’ 선호되나

명일동의 변신은 강동구 전체 주거 지도의 재편을 의미한다. 남쪽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시세를 견인하고, 북쪽의 명일동 재건축 벨트가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며 송파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동 신축 주거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대출 규제로 시장이 잠시 관망세에 있지만,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며 “강남 3구 대비 60% 수준의 가격 매력을 갖춘 명일동은 이제 강동구의 위상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거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 일자리로, 명일동 재건축의 화룡점정은 인근 고덕비즈밸리로 꼽힌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JYP를 비롯해 건축사무소 희림, 경동제약 등 30개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실제 직주 근접의 수요가 있는 젊은층이 생활과 교육 인프라를 포함한 하이엔드 주거지로서 명일동의 가치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교육, 교통, 일자리가 갖춰져 새롭게 재탄생할 경우 강동구 고덕을 비롯해 성동구의 왕십리, 강서구의 마곡지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박지우 기자 ji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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