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경찰되겠다 너도나도 우르르…검찰 문 닫자 달라졌다 [세상&플러스]

박준규 2026. 3. 3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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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변호사 경채 경쟁률 2.97대 1
변호사 경력 채용 5년 만에 최고 경쟁률
검찰 폐지 앞두고 ‘경찰 커리어’ 인기 분석
경찰 내부선 ‘보상 적고 비전 낮아’ 호소
제복 벗고 민간으로 떠나는 경찰 매년 늘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경찰관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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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준규·이용경 기자] 지난달 경찰청이 공고를 낸 변호사 경력공채에는 89명이 지원했다. 30명을 경감 계급으로 채용할 계획인데, 경쟁률(2.97대 1)은 2021년 하반기 채용 이후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당시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줄고 수사 지휘권도 폐지되며 경찰 수사관에 관심이 높았던 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수사와 공소권을 겸비했던 검찰의 기능이 쪼개진다. 수사 기능은 새로 설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이어 받는데 수사 범위는 6개 갈래로 제한된다. 때문에 경찰의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일해보려는 변호사들의 관심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찬밥이던 변호사 공채, 다시 인기

경찰의 변호사 경력공채 경쟁률은 2022년을 기점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경쟁률은 주목할 만하다. 특별한 인센티브가 추가된 것도 없는데 반등한 이유가 뭘까.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 커리어’의 가치가 높아졌단 설명이 힘을 받는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한 총경은 “검찰의 수사-공소 기능이 나뉘면 경찰에서의 근무가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 경력공채 출신 다른 경찰은 “처우가 나아진 것도 없는데 지원자가 늘었다면 (수사권 조정) 이슈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적격자들만 추려내면 사실상 1대 1 수준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수사기관 재편 등은 중요 요인이었다.

변호사 경력공채는 ‘경찰도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지닌 수사인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14년 도입됐다. 이른바 ‘로스쿨 1기’들이 2012년부터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업계에 진출하면서 경찰에서 수사 실무를 경험하려는 지원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8년 채용 때는 20명을 뽑는데 227명(경쟁률 11.35대 1)이 몰리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경찰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자 여기서 경력을 쌓는 게 도움이 되겠단 인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연합]

하지만 2022년부터 쟁탈전 양상이 누그러들었다. 지원자가 크게 줄었고 경쟁률은 떨어졌다. 2023년부터는 채용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다. 그해 하반기 채용에서 20명 채용에 39명이 지원했고 최종 합격자는 11명에 그쳤다. 2024년 상반기에도 경찰청은 40명을 뽑으려고 했으나 21명만 최종 선발했다. 이마저도 일부 합격자들은 이어지는 임용 과정에서 이탈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선발 예정한 티오(TO)에 맞춰 다 뽑지 않는다는 적임자 선발 원칙이 있다”며 “경찰이라는 직업 특수성을 감안해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는 배제하다 보니 선발 목표 정원을 못 채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변호사 경력공채는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1명대 경쟁률을 보였다. 경찰청은 시들해진 인기를 다시 살려보겠다고 약간의 유인책을 마련했다. 변호사 경채로 뽑히면 5년 동안은 반드시 일선 경찰서의 수사팀(경제팀·통합수사팀)에 배치돼 쏟아지는 사건과 씨름해야 했는데 2024년부터는 1년만 경찰서 직접 수사 부서에서 지내면 나머지 4년은 경찰청이나 시도경찰청에서도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런 조치에도 뚝 떨어진 경쟁률은 반등하지 않았다.

<경찰공무원 인사운영 규칙 제32조(필수현장보직 부서 및 기간) 일부>
변호사 경채 경감(총 5년)
가. 1차 보직: 경찰서 수사부서(수사지원부서는 제외한다) 1년
나. 2차 보직: 경찰청, 시·도경찰청 및 경찰서 수사 부서와 경찰청장이 별도로 정하는 부서 4년
쏟아지는 업무…낮은 보상에, 좁은 승진문
경찰 변호사 경력채용자 현 소속 분포(총 206명)

국회 박정현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경찰은 변호사 경력공채로 2014년부터 지난해 하반기(15기)까지 281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75명(26.7%, 올 3월 기준)은 경찰을 떠났다. 대개는 민간기업이나 로펌, 공공기관으로 이동했고 자기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기도 했다. 조직에 남아있는 206명 가운데 42%가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계급은 78%가 경감이다.

변호사 경력공채 인기가 시들해지고 기껏 뽑아놓은 이들이 제복을 벗을 때마다 경찰 안팎에선 여러 진단이 나왔다.

경쟁을 거쳐 경찰 등용문을 통과하면 일선 경찰서에서 생활형 사건을 맡게 된다. 통상 수사관 한 사람당 수십건이 떨어지는 건 기본. 보이스피싱, 각종 투자사기 등이 대부분이다.

변호사 특채로 경찰에 들어왔다가 퇴직한 변호사 A씨는 “전문적인 법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며 “과중한 사건 속에서 사건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사명감을 충분히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도 관할 지역에 대형 행사가 열리거나 집회·시위가 발생하면 차출돼 현장에 배치된다. 소모된다는 인식을 가지면서도, 보상은 상대적으로 낮으니 변호사 출신 수사관 일부는 ‘이러려고 경찰에 들어왔나’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경찰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핵심 인센티브인 승진도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정급 이하의 승진은 보통은 시험을 통과하거나 승진 심사에서 뽑혀야 한다. 심사 승진의 경우 5배수를 심사 대상으로 추린 뒤 인사권자의 추천을 받는다. 공채 출신 사이에선 “우리를 추천해 줄 상사가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시험 승진을 도모해도 쏟아지는 고소·고발장을 처리하느라 시험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시도경찰청이나 일선 경찰서 소속으로는 시험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변호사 경력 직군은 별도의 승진 TO를 둔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경찰청은 “아직 검토 중. 당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변호사 경력 공채를 별도 선발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조직 안에서 ‘경력 쌓고 떠날 사람’으로 보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본청에 근무하는 경찰대 출신 한 인사는 “20대 때부터 경찰만 바라보며 준비한 이들과 달리 (변호사 경채는) 기회가 있으면 나갈 사람이라는 인식은 아직 있다”며 “변호사 자격자들이 수사 전문성에 기여하는 구조가 안착한다면 그런 시각도 바뀌지 않겠나”고 말했다.

당장의 처우, 성장 가능성, 조직 밖에서의 기회를 종합 검토한 뒤 ‘떠날 결심’을 한 이들은 늘어난다. 변호사 경력 공채 출신만 앞서 언급했듯이 75명이 퇴직했고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 전체(사법고시 출신, 경찰대 졸업 후 변호사 취득 등)로 보면 최근 5년 사이에만 99명이 제복을 벗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 가운데 조직을 떠난 이들은 2020년 4명이었으나 지난해엔 32명으로 크게 늘었다. 중대형 로펌은 형사 사건의 무게중심이 경찰로 옮겨가면서 경찰의 수사문법을 잘 아는 이른바 ‘전관 경찰’ 변호사를 영입하려 들고 있다.

법률 전문성은 경찰 화두, 변호사 인력 ‘제대로’ 활용해야

경찰의 화두는 조직 전반의 법률 전문성을 키워내는 일이다. 일례로 최근 ‘법왜곡죄’가 시행되면서 법관의 사법적 판단이 정당했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하게 됐다. 이런 수사는 치밀하게 법리를 따져야 하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선행매매,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같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도 고난도다. 이런 어려운 사건이 앞으로 경찰에 더 많이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경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도 ‘무결점’ 수준으로 유지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최근 ‘수사 감찰’ 제도를 2년여 만에 부활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내부통제 기능이 더 커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내부 수사감찰과 더불어 수사 지휘 등의 역할을 겸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법률적 이해도를 갖춘 전문 인력은 경찰에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한 상황. 당장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이 조직에서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경찰 출신 변호사 B씨는 “변호사 자격을 유감없이 활용할 수 있는 보직 배정, 인사 정책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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