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금 전액 환불합니다"…눈길 끌던 '소니 카'에 무슨 일이 [이슈+]
소니혼다모빌리티 아필라 출시 중단

소니혼다모빌리티(SHM)가 내놓은 전기차 '아필라1'의 개발과 출시가 중단(취소)됐다. SHM은 일본의 대표 전자 기업 소니와 완성차 업체인 혼다가 합작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31일 SHM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SHM은 지난 25일 개발 중이던 첫 번째 모델 아필라1과 아필라 2세대의 개발 및 출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SHM은 이번 결정이 모회사인 소니그룹과 혼다자동차 간의 협의 끝에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SHM은 "지난 12일 혼다가 발표한 자동차 전동화 전략 재검토로 인해 초기 사업 계획 당시 혼다가 제공하기로 한 특정 기술 및 자산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이를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모델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HM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예약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예약금(200달러)을 전액 환불한다고 설명했다. 단 사전 예약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혼다는 앞서 12일 전동화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0'와 아큐라 RSX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동화에 주력하던 혼다는 전동화 전략 수정으로 2026회계연도까지 최대 2조5000억엔(약 23조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혼다의 결정에 아필라1 또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필라는 2023년 세계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첫 프로토타입(시제품) 공개 이후 2025년 CES에서 처음으로 양산형 스펙이 일부 공개됐다. TV나 워크맨 등 전자 기업으로 유명하던 소니가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라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공개된 스펙을 보면 카메라·라이다·레이더·초음파 센서 등 총 40개의 센서를 장착해 자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구현했다. 주행거리는 EPA(미국) 기준 1회 충전 시 약 300마일(약 483㎞)이다. 충전 인프라는 테슬라 수퍼차저와 호환되도록 했다. 소니 자체 기술인 노이즈 캔슬링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 시스템도 적용됐다. 모터·서스펜션·브레이크를 통합 제어하는 기술도 장착됐다. 트림은 두 가지로 각각 8만9900달러(약 1억3600만원), 10만2900달러(약 1억5600만원)였다.

캐즘에 발목잡혔나...혼다 수정 전략에 좌초한 '소니카'
아필라 출시가 무산된 것은 전기차 캐즘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혼다의 전동화 전략 수정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전동화 전략을 대거 수정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최소 12개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이들이 전략 수정을 위해 감수한 비용만 최근 1년간 최소 75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혼다를 비롯해 GM(제네럴모터스),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볼보 도 전기차 전면 생산 목표를 수정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지분을 매각하고 미시간주의 전기차 공장 전환 계획을 취소했다. 벤츠는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철회하고 내연기관 생산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볼보 또한 2030년까지 완전한 전동화 목표를 수정했다. 포드는 SK온 합작 배터리 법인을 해산하고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출시계획을 철회했다. 롤스로이스, 페라리, 포르쉐 등도 완전 전기차 생산 전략 대신 내연기관과 동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의 전기차 전략 수정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장려 정책이 후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행정 명령을 철회했고,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 기조를 내세웠다.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전면 판매 중지 정책을 내걸었으나 자동차 업계 부담을 감안해 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 등 빅테크의 전기차 도전, 결과는
이 때문에 규제 대응이나 양산 체계 등 소니와 같은 전자·IT기업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소니는 아필라를 공개하기 이전 2020년 CES에서 세단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한 바 있는데, 당시 자동차를 양산하는 기업이 아닌 만큼 한계가 명확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혼다와의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전기차 출시 목전까지 갔지만,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과 혼다의 전동화 계획 축소가 맞물려 아필라 출시를 중단하게 됐다.
전자·IT기업의 전기차 계획이 좌초된 것은 소니뿐만이 아니다. 다. 애플도 꾸준히 '애플카' 양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2014년 말에 자동차 프로젝트 '타이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5년 처음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프로젝트는 당초 2025년 출시를 겨냥했으나, 결국 늦춰지면서 프로젝트가 종료됐다고 전해졌다. 로이터는 2024년 "애플이 10년짜리 전기차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일부 인력을 AI 부문으로 재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유일하게 중국 IT기업 샤오미가 2024년 처음으로 공개한 전기차 SU7이 출시 230일 만에 10만 대를 생산하는 등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지난해 6월 중국에서 발생한 연쇄추돌사고 등으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가 전동화되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차 개발에서 중요해지고 있는데, 테크 기업이 이런 부분의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테크적인 부분 말고도 양산 체제, 안전 인증, 정비망, 글로벌 규제 대응 등 차를 만들고 팔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존 완성차 업체의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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