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美 군사행동 제어할 존재는 남한… 北이 대화 나서야 할 이유” [세계초대석]
南 동의 없이 北에 군사행동 불가능
北, 南이 얼마나 중요한가 인식해야
南 역할은 평화 여건 만드는 ‘지렛대’
尹정부 때 대북 압박 유감 표명 필요
北,약한 모습 보이면 당한다고 생각
핵무장 집착·내부 단속 더 강화할 것
안전·발전권 담보 땐 美와 대화 전망
트럼프·김정은 간 ‘케미’ 중요한 변수
대북 정책, 국민들 평화 지지가 핵심


“북한은 국가와 체제 유지를 의미하는 안전권, 인민들을 잘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발전권 두 가지를 원한다. 이게 담보된다면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 강화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다. 절대 비핵화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과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가’는 미국의 결단에 달렸다.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걸 미국과 한국, 유관 국가들이 해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의지는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지구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이란 전쟁까지 벌어져 있다. 중국과는 무역 등 경제 현안과 대만 문제가 있으니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밀릴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에다 이를 뒷받침해 줄 전문 인력들이 백악관과 국무부에 포진해야 하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에 그런 인력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와 추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현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각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나.

“김민석 총리가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북·미 대화를 진전시킬 조언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보좌진에게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일단은 미국에서 진행할 일이지만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까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하다. 2018년 6월 10일 싱가포르 선언은 북·미 간의 합의였지만 상당 부분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재명정부도 미국과 긴밀히 사전에 협의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 구상에 따라 핵을 동결,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북한에 뭘 해줄 수 있는지, 핵 동결과 감축의 범위는 어디까진지, 검증은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다행히 미·중 정상회담이 5월 중순으로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 이번에 북·미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11월 초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가 열리니 그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된 대북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진보든 보수든 분단 상황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결국 핵심은 유권자다.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 화해·협력을 지지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대북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정권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돼 남북관계에 지속가능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내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거다.”
인터뷰는 국제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이 전쟁이 북한에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 교수의 견해가 궁금했다. 핵무기 개발 등을 두고 미국과 극단적으로 대립했고, 독재자가 나라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북한과 이란은 굉장히 닮았다. 미국은 군사행동을 개시한 직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며 압도적 무력을 과시했다. 북한에겐 자기네 입장에서 찬찬히 지켜보고, 따져봐야 할 중대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란을 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스라엘의 로비였다. (주요 외신에 보도된 것처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설득했다는 거잖아. 이스라엘이라는 변수가 컸다. 이 점에서 북한은 남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남한이 이스라엘처럼 미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면 판이 깨진다. 반대로 강력하게 반대하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
●1951년 제주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문재인정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세종연구소 이사장 ●연세대 명예특임교수(현)
대담=강구열 외교안보부장, 정리=조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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