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여성 임원 '41%' 이룬 인재 육성 전략은

이미경 2026. 3.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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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여성 임원 비율이 41%에 이를 만큼 ‘쉬즈 메르세데스’ 등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십을 조직 경쟁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아우스빌둥 도입과 멘토링,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여성 인재 성장 구조를 만들어 온 김나정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경ESG] 여성 리더⑳ 김나정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 구조인 자동차 산업에서 여성 임원 비율 41%라는 눈에 띄는 성과로 이목을 끌고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48%, 여성 임원 비율은 41%에 달한다. 이는 국내 대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숫자다. 자동차 산업 특유의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육아휴직과 복직, 여성 리더 육성 제도 등이 비교적 일찍부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조직 문화가 있다. 특히 2017년 국내에 도입된 ‘쉬즈 메르세데스(She’s Mercedes)’는 여성 임직원의 커리어 설계와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꼽힌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여성 리더 간 경험 공유와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실질적인 성장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여성 리더십 철학은 1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8년 베르타 벤츠(칼 벤츠의 부인)는 자동차의 가능성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장거리 주행에 나섰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도전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베르타의 딸들(Bertha’s Daughters)’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며, 여성 인재를 조직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김나정 부사장은 “겉으로는 남성 중심 제조업의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회사의 140년 역사를 들여다보면 베르타 벤츠의 진취적인 정신이 조직 문화 곳곳에 녹아 있다”며 “이 정신이 오늘날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의 철학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는 유엔 여성역량강화원칙(WEPs)에 참여하고, 2030년까지 여성 고위관리직 비율 30%를 목표로 설정하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법인의 경우 이 같은 글로벌 목표치를 이미 웃도는 수준의 여성 임원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받거나 반대로 제약받는 문화가 아니라, 남녀 구분보다 역할과 역량 중심의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네트워크 개발 및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총괄하는 김나정 부사장이 있다. 그는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을 맡으며 독일식 일·학습 병행 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의 국내 도입을 함께 추진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델이었지만 현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자동차 산업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다음은 김나정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2017년 도입한 ‘아우스빌둥’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

“2017년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을 맡으며 아우스빌둥 도입을 함께 추진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독일식 일·학습 병행 모델이었기 때문에 여러 도전 과제가 있었지만, 미래 자동차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핵심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내년이면 도입 1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아우스빌둥과 쉬즈 메르세데스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직 길을 찾는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닿아 있다.”

‘쉬즈 메르세데스’는 조직 내부를 넘어 딜러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네트워크 개발 및 트레이닝 아카데미 조직은 딜러사와 함께 고객에게 일관되고 높은 수준의 제품·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여성 인재의 성장은 본사 내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 네트워크 전반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특히 고객 접점 조직에서는 공감 능력, 세심한 관찰, 관계 형성 역량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이 전문성과 연결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데 프로그램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특히 정비와 기술 교육처럼 아직 여성 비중이 낮은 영역에서도 여성 트레이너와 여성 교육생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영역에서도 여성 인재가 활약하는 사례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쉬즈 메르세데스’가 실제 고객 경험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인사이트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관점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고객은 제품 자체뿐 아니라 구매와 서비스 전 과정에서의 신뢰감, 설명의 명확성, 응대의 일관성, 공간 경험의 편안함까지 종합적으로 바라본다. 이런 인사이트는 네트워크 개발과 서비스 트레이닝 차원에서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보다 세심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 공감적 커뮤니케이션, 일관된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쉬즈 메르세데스’를 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커뮤니티’라고 강조하나.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가치는 평소 업무상 접점이 많지 않은 구성원들이 서로를 알게 되고, 각자의 역할과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런 연결이 반드시 눈에 띄는 프로젝트 협업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조직 내 소통과 협업의 밀도를 높이는 데 분명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커뮤니티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쉬즈 메르세데스를 통해 정보기술(IT)·연구개발(R&D) 등 평소 접점이 적었던 부서의 여성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이후 메신저나 대면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여성 인재를 ‘베르타의 딸들’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의미인가.

“‘베르타의 딸들’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적 출발점과 현재의 인재 철학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베르타 벤츠는 단순히 칼 벤츠의 배우자가 아니라 자동차의 가능성을 세상에 처음 증명한 선구적인 인물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선택과 실행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혁신 정신과 개척 정신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표현은 단순히 여성 인재를 부르는 말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며 조직의 미래를 넓혀가는 여성 리더를 뜻하는 말이다. 베르타 벤츠는 당시 여성에게 허용된 역할의 경계를 넘어선 인물이었다. 포용성과 섬세함뿐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기꺼이 가는 용기 역시 여성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멘토링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후배 여성 직원이 스스로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두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업무도 잘해야 하고, 조직 안에서도 인정받아야 하고, 개인의 삶에서도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 역시 커리어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지속가능하게 일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멘토링을 할 때도 완벽함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과 속도를 찾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쉬즈 메르세데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길 바라나.

“앞으로는 여성 임직원의 실질적인 성장과 연결을 더 강하게 이끄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선배 구성원들이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그것이 다시 후배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더욱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면 한다. 또한 여성 리더십이 특정 직군이나 직급에 머무르지 않고 영업·서비스·교육·기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경험과 지식이 유기적으로 공유되길 바란다. 나아가 본사와 딜러 네트워크, 현업 조직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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