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국관’ 옆에 주상복합을?… 호반그룹, 5년간 방치된 땅 자체 개발
대구 대표 성인 나이트 한국관 옆 입지 약점
규제 완화 분위기 속 공급 절벽 기회 될 수도

호반그룹(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최고 40층이 넘는 주상복합을 짓는다. 주상복합이 들어설 땅은 시행사가 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호반이 이를 대신 갚으며 떠안았다. 호반은 대신 갚아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이 땅을 공매에 넘겼다. 그러나 공매로도 땅을 가져가겠다는 곳이 없자 최근 다시 자체 개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5년 동안 나대지(裸垈地·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토지)로 남아 있던 이곳은 대구의 대표 성인 나이트클럽 ‘한국관’이 인근에 있다. 시행과 시공을 호반그룹이 모두 맡는 자체 사업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다만 내년부터 대구의 아파트 신규 공급이 없는 것은 이 사업의 분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31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반그룹은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던 대구 수성구 황금동 주상복합 개발사업 ‘호반써밋 골든스카이’를 자체 사업으로 전환했다. 땅을 팔지 않고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사업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그룹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건설 경기 침체에 빠진 대구 지역에 개발 사업으로 인력 고용 등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담겼다”고 말했다.
사업지는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851-13번지 일원 1만9181.2㎡의 땅이다. 시행사였던 크로스일사삼홀딩스가 2021년 PF대출로 확보한 땅이지만 5년째 착공이 되지 못하고 나대지로 남아 있었다. 크로스일사삼홀딩스는 이곳에 지하 5층, 지상 43층, 823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2021년 11월 365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받았고, 2024년 8월 4000억원 규모로 대환 대출(리파이낸싱)했다. 이 과정에서 호반그룹은 연대보증을 제공했는데 시행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대신 변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크로스일사삼홀딩스는 2023년에 346억원, 2024년에 3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호반그룹은 대주단에 PF대출을 대신 갚은 후 담보로 제공됐던 황금동 부지를 지난해 하반기 공매에 넘겼다. 그러나 9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공매에서 이 땅을 받아 가겠다는 곳은 없었다. 3300억원이던 최저 입찰가격도 275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새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곳이 5년 넘게 나대지로 남아 있었던 것은 대구시의 규제 강화와 입지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21년 6월 이후 건축 심의를 신청한 상업지역 내 건축물에 대해 용적률 상한을 강화했다. 중심상업지역 내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때 이 건물의 주거용도로 사용되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용적률을 450%까지로 제한했고, 일반상업지역에서는 용적률을 430%까지로 제한한 것이다. 보통 주상복합 개발의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주거 용도의 용적률이 700% 이상 허용돼야 고층 아파트를 세워 시행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크로스일사삼홀딩스도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건축 심의를 신청했고 2021년 11월 700%가 넘는 용적률로 조건부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이 사업지의 용적률은 767.5%다.
규제 강화가 두려워 건축 심의를 미리 받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지역 건설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등이 겹치며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 또 황금동 일대가 유흥 시설이 밀집한 곳이라는 점도 대형 주상복합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사업지와 밀접한 곳에는 나이트클럽인 한국관이 있고 숙박업소와 술집 등도 밀집해 있다. 한국관은 ‘바밤바(Ba bam ba)’와 함께 대구의 대표적 성인나이트클럽인데 사업 대상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실제 2024년 준공한 인근 ‘힐스테이트황금역리저브 1·2단지’도 분양 당시 이런 입지적 약점 때문에 할인 분양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황금동은 수성구 내에서 유흥 시설 등이 밀집한 곳으로 주거 지역으로 선호되지 않았고 이게 골든스카이 주상복합 개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상업시설 내에는 주상복합 이외의 주거용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순수 아파트를 지을 수 없고 건축물 일부를 오피스텔과 상가 등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토지를 보유하게 된 호반은 땅을 매각하거나 주상복합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다만, 내년부터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호반써밋골든스카이 주상복합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대구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고, 대구시도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라 황금동 일대에 신규 아파트 개발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흐름이 호반써밋골든스카이 주상복합 개발과 분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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