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등판한 김부겸 “이것도 내 팔자”…‘대구는 대구’, 이번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결국 대구시장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출마 제안은 지난해 가을부터 있었다고 했습니다. '고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실제 김부겸 전 총리의 과거 대구 선거를 도왔던 참모들은 당내 설득에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며 출마를 결심한 김부겸 전 총리, 깊은 고민의 이유엔 그간의 경험과 기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10년전 딱 한번의 승리..."선택받았고, 버림받았다"
김부겸 전 총리는 원래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의원이었습니다. 경기 군포시에서 내리 3선을 했지만,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1년 12월, 대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의 품에서 잔뼈가 굵었고 3선까지 했으니 이제 제가 (당에) 무언가 돌려줄 차례입니다. 고향으로 내려가 민주당의 마지막 과제, 지역주의를 넘어서겠습니다."
─김부겸 당시 국회의원, 2011년 12월 15일 국회 기자회견
지역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 갑. 선거에선 이변 없이 패배했습니다. 3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이한구 의원과는 12%P 차이였습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52.77% / 민주통합당 김부겸 40.42%)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말기 정권심판론에도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를 앞세워 단독 과반(152석)으로 대승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이기기 힘든 선거였습니다. 그래도 40%대 득표율은 이후 대구에서 정치를 계속할 기반이 됐습니다.
김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졌습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정당 정치인으론 처음으로 대구에서 승리하며 단숨에 대권주자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지역주의의 완화와 함께, 한국 정당의 기득권화된 일당 지배가 경쟁 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김부겸 대구 수성갑 당선인, 2016년 4월 14일
득표율 62.3%. 모든 행정동에서 경쟁자였던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이긴 압승이었습니다. '인물'에 대한 지지가 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연고 없는 김문수 후보를 투입한데다 공천 파동으로 민심을 잃은 새누리당과 달리, 세 차례 출마로 진정성을 인정받은 결과였습니다. 번화가가 아니라 골목을 돌며 아파트 벽을 보고 조용히 연설하는 김부겸식 '벽치기 유세'도 주효했습니다.
그러나 개인기로는 한계가 컸습니다. 민주당이 '180석 거대 여당'이 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역설적이게도 김부겸 전 총리와 참모들에게 가장 큰 상처였습니다.

김 전 총리는 수성갑 국회의원을 하며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2년간 일했습니다. 인지도는 전국구 급이었지만 지역과는 멀어졌고,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인 TK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총선 결과 김 전 총리는 39 대 60으로,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습니다. 직전 선거 결과가 워낙 좋았기에, 충격적인 패배였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당시 '대구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습니다.
"(2016년) 아무 일도 안 할 때는 62%를 주시던 어른들이, 코로나19 때 1조 원을 갖다줬는데도 20%를 싹둑 잘라 가셨어요. 더 이상 서 있을 힘이 없더라고요. 저는 제가 (대구에게) 버림받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 어제(30일) 국회 기자회견
■ 습관적 '기대감 경계'…"대구 민심 복잡 미묘"
이같은 기억 탓인지 김 전 총리 측 참모들은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보단 '어렵다'고 접근합니다.
한 캠프 측 인사는 "당선 가능성을 보고 결심한 선거가 아니"라면서, "대구는 그래도 대구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 민심이 결집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 상황 관련해서도 "대구는 상대 당 후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낙관을 경계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군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달 24일 영남일보 여론조사 보도에도 "오히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가 (빨리) 나오면 보수 민심은 더 결집할 따름"이라고 털어놨습니다.

40% 가까운 부동층도 기대보단 부담입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민주당보단 국민의힘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민심의 작은 변화는 감지 중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캠프 인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대구의 복잡미묘한 감정 상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여론 흐름이 "단지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새누리당 친박계의 '공천 파동'이 김 전 총리에게 기회가 됐듯, 이번에도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 실망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 이번엔 '여당 후보'..."이번 기회, 김부겸이 한번 써먹으셔라"
이제 관심은 공약입니다. 김 전 총리는 오늘 대구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일자리"라며, 산업 구조 개편과 대구 공항 이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경북 통합 문제 등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저 김부겸이 시장이 돼야, 정부 여당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된다"고, '여당 후보'임을 부각했습니다.
민주당은 김 전 총리가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도 '대통령 임기와 단체장 임기가 일치하니 협력하기 좋다', '대구에는 무엇이든 해드리겠다'고 힘을 실었습니다. 일각에선 '대구경북 지원법' 제정으로 김 후보를 도울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는 시작되지 않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총리는 '험지' 출마 결심을 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기가 막힌다. 팔자려니 하고 그냥 가는 거죠. 어떻게 하겠느냐"면서도 "대구도 이번 기회에 김부겸 한번 써먹으시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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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솔 기자 (p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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