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폭증에 '탱탱볼' 우려 나오는데 이유를 모른다…검사의 사각지대와 MLB의 결론

신원철 기자 2026. 3. 3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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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26년 KBO 시범경기에서는 60경기에서 119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1.98개다. 지난해 42경기 53개(경기당 1.08개)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 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홈런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이미 리그 전체 OPS가 0.800이 넘는 '극단적 타고투저' 시즌을 여러해 겪은 야구 팬들은 시범경기를 보며 우려를 드러냈다.

'탱탱볼 시즌'이 돌아온다는 우려다. 이 우려는 곧 단일 경기사용구(공인구) 반발계수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KBO가 젊은 팬들을 늘리려는 의도를 갖고 홈런이 펑펑 터지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반발계수를 올려 타고투저를 유발한다는 '음모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KBO가 30일 발표한 공인구 1차 수시검사 결과만 보면 이 음모론은 힘을 잃는다.

KBO가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용품 시험소에 의뢰해 지난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이번 검사 결과에서 5개 샘플이 합격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려와 달리(?) 5개 샘플의 평균 반발계수는 0.4093로 0.4034~0.4234로 정해진 반발계수 합격 기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각각의 샘플 모두가 기준 안에서도 낮은 쪽에 몰려있다. 2019년 이후 검사 결과를 모두 모아봤을 때도 2022년 1차 검사 다음으로 낮은 '역대 2위 그룹'에 속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음모론'은 처음부터 허점이 많다. KBO리그는 이미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12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젊은 팬들을 늘리기 위해'라는 목적부터 불필요한 일이다. 젊은 팬들이 홈런을 선호한다는 근거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반발계수 검사 결과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 야구공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정확히는 KBO가 발표하는 검사 결과 4개 항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 적어도 반발계수 검사 결과와 그해 홈런 숫자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 2019년부터 2026년까지 공인구 반발계수 수시검사 결과(파란 점)와 시즌별 총 홈런 수(주황색 점). 반발계수 검사 결과와 리그의 홈런 수는 이렇다 할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2019년에는 기준을 초과한 불량 공이 유통됐는데도 홈런이 많지 않았다. 홈런이 가장 적었던 2023년의 경우 2022년보다 반발계수 검사 결과가 높게 나타났다.

메이저리그는 2010년대 후반 '약 먹은 공(Juiced ball)' 논란에 휩싸였다. 홈런이 갑자기 늘어나고 투수들이 공이 바뀌었다고 반발하기 시작하자 사무국은 조사 위원회를 꾸려 2018년과 2019년 야구공에 대한 두 차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에는 앨런 네이선 일리노이대 물리학 명예교수 등 물리학과 스포츠과학계에서 명성이 높은 이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들의 결론을 거칠게 표현하면 '유력해 보이는 변수를 찾았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였다.

여기서 '유력해 보이는 변수'도 반발계수가 아니었다. 반발계수가 올라가면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비거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홈런 증가는 원인이 달랐다. 반발계수가 원인이라면 타구 속도가 증가했어야 하는데, 스탯캐스트 데이터로는 타구 속도의 증가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과거와 비슷한 성질의 타구(비슷한 속도와 발사각)가 더 멀리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항력'의 영향이다. 야구공이 날아갈 때 받는 저항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변수로는 솔기 높이가 언급됐다. 단 그마저도 솔기 높이가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속 시원한 결론은 없었다. 그러나 변화는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베이스볼서번트'는 2016년 이후 야구공의 항력 계수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는 타구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인 반발계수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몇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고, 이는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2022년부터 30개 구단 모두 '휴미더'라는 온습도 유지 장치를 야구공 보관에 활용한다.

KBO는 2020년부터 반발계수 외에 공의 둘레와 무게, 솔기 폭까지 모두 4개 부문의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항력 계수와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솔기 높이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만 공개했다. 그러니 더욱 더 홈런 증가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어쩌면 '음모론'은 이 공백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

*사실 메이저리그 조사 위원회는 공인구 제작 과정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제로 롤링스사의 공장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결론은 "수작업에서 오는 변동성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조금은 추상적인 것이었다. KBO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홈런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의도적으로 늘렸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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