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복잡해 숨 넘어가”...정책자금, 문턱 낮추기가 먼저 [규칙이 된 반칙 : 정책자금 브로커下]

불법 브로커 근절 방안으로 정부가 정책자금 컨설팅 등록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정책자금 허들 낮추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알파팀이 30일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불법 브로커가 활개치는 현상의 근본적 원인으로 높은 정책자금 신청 난이도와 부족한 정보 공유 등을 꼽았다.
최근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정책자금을 신청했다가 좌절을 맛봤다는 안산시 한 제조업체 대표 A씨는 “당장 숨이 넘어가는데 재무제표부터 추가 증빙까지 요구 자료가 너무 많다”며 “절차는 복잡하고 몸은 바쁜데 누가 우리 회사 이름을 달고 서류 작성과 신청을 대신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정보도 기업을 브로커와 손잡게 하는 요인이다. 시흥시 소재 제조업체 대표 B씨(44)는 “기관은 신청 절차만 설명할 뿐 실제 통과를 위해 어떤 세부 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심지어 무슨 이유로 떨어졌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며 “준비 기간을 거쳐 서류를 준비하다 보면 이미 자금이 소진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안 돼도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모르니 ‘해본 사람만 해 먹는 것이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5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 신청 과정에서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엄격한 지원 요건(36%), 과도한 서류 제출 요구(33.3%) 등을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인 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돈 내고 받는 컨설팅의 합법화’가 아니라 외부 도움 없이 누구나 쉽게 정책자금을 신청하고 심사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정책자금 브로커가 하고 있는 정보 제공과 행정 업무 지원을 정부 기관이 해줘야 ‘돈으로 정책자금 신청 기회를 산다’는 불공정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단순히 정책자금 브로커를 불법 단속, 양성화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들이 왜 기업에 필요한지를 분석해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정책자금 시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한편 공공이 기업의 정책 참여를 위해 무엇을 도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 김대종 한국경영경제연구소장 “기업 간 정보 불균형 문제부터 해결해야”
김대종 한국경영경제연구소장은 정책자금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는 요인으로 정책자금 시장 속 정보 불균형을 지목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복잡한 신청 절차를 ‘예산 소진’ 전까지 이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고, 자금이 절실한 기업은 브로커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사전 적격 진단 시스템 구축 △정책자금 유형별 평가 지표 일부 공개 △공공의 탈락 기업 무료 피드백 등 기업의 정책자금 도전, 재도전 환경 조성을 꼽았다.
김 소장은 “기업이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상담’”이라며 “공공기관 내 전문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업종별 특화 상담 창구를 설치하는 등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컨설팅 등록제’보다 공공서비스 완결성 높여야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컨설팅 등록제’를 지목, “불법 브로커를 피하고자 또 다른 사설 시장을 찾게 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민간 컨설팅이 필요 없는 공공 서비스 질 향상”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소개했다. ‘공공 컨설턴트’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정책자금 신청에 나서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컨설팅 업체가 검증 받은 곳이냐가 아니라 신청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느냐”라며 “정부는 ‘컨설팅 등록제’가 정책자금 브로커를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라고 생각하지만 비용 부담이 과도하면 헛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관이 직접 기업의 상황에 맞는 자금 종류를 제시하고 세부 신청 방안을 제시하는 등 ‘컨설턴트’를 자처한다면 민간 조력이 정책자금을 받기 위한 ‘필수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노상언 (사)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장 “지역 단위 교육 확대 중요”
노상언 (사)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장은 기업을 상대로 한 기관의 정책자금 관련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기관이 기업을 상대로 초청 또는 찾아가는 교육을 지속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청 서류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고 필요한 서류나 자료를 미리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대다수 기업이 그 같은 기회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각 기관이 정책자금 신청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정기 교육 체계를 마련, 기업에게 ‘착실히 준비하면 기회는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책자금 사업에 대한 기업의 지식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브로커 의존도는 낮아지고 불법 브로커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α팀
● 관련기사 :
“서류조작 없으면 OK”...정부가 ‘브로커’ 부채질 [규칙이 된 반칙 : 정책자금 브로커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60317580615
정책자금계 쿠팡되나... ‘브로커 양성화’ 논란 [규칙이 된 반칙 : 정책자금 브로커中]
https://kyeonggi.com/article/20260325580566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서다희 기자 happine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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