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년후 설계수명 넘기는 풍력발전기 208개 “교체 서둘러야”
최근 사고 5건 중 4건, 노후기기서
신규 설치 비용 회수에 15년 이상… 운영사들, 위험 알고도 ‘가동 연장’
정기검사 통과땐 강제 철거도 못해… “철도-댐 처럼 20년후엔 매년 점검을”


이는 하나같이 대형 안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호 한국해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거대한 구조물을 회전하게 하는 베어링, 기어박스 등을 오래 사용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속끼리 부딪치다가 파손되거나 순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열이 발생해 대형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명이 숨진 영덕 풍력발전기 사고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원인이 됐다.

● ‘쥐어짜기’ 부추기는 수익 구조
이런 노후화 우려를 알면서도 운영사들이 노후 설비 가동을 강행하는 것은 수익 구조 때문이다.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풍력발전기 단지는 신규 설치에 따른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데 통상 10∼15년이 걸린다. 한국전력공사는 노후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도 같은 값에 사준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오래 운영할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학과 교수는 “1년이라도 더 가동할수록 운영사의 수익이 늘어나다 보니 안전 보강보다는 가동 연장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민간 풍력 시대를 열며 끼운 첫 단추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설계 수명을 넘겨도 3년 단위 정기 검사만 통과하면 기기 철거나 교체를 강제할 규정은 없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보급에만 치중했을 뿐 설비가 수명을 다했을 때 어떻게 안전하게 정리할 것인지는 법에 담지 않았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에선 철거 상황을 대비해 풍력발전기의 철거 비용을 예치해야 설치 허가를 내준다.
외국산 기종에 의존한 초기 보급 정책에 따른 ‘정비 절벽’도 한계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외국산 모델은 제조사의 보증 기간이 끝났거나 부품이 단종된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적기 대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구형 모델들의 경우 부품이 없고 서비스 기간도 지나 정비할 방도조차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계 수명이 지난 풍력발전기의 전기 값을 싸게 책정하거나 고장이 잦은 곳에 대해선 해체 적합성을 평가하는 등 안전 우려가 큰 기기의 교체를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철도나 댐 등 국가 기반 시설물처럼 설치 후 20년이 지난 풍력발전기도 매년 점검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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