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단서 포착 2개월 만에 구속… 전재수는 4개월 돼서야 소환

통일교에서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특검이 구속 기소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수사기관이 단서를 포착한 지 8개월 만에 1심에 이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반면 통일교에서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관련 진술이 나온 지 7개월이 지나도록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2대 현역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與 전재수는 늑장 수사
전재수 의원은 2018년 8월쯤 경기 가평군 천정궁을 찾아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현금 2000만원과 70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의원은 한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 해저터널 건설 사업’ 지원 등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전 의원 관련 의혹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해 8월 22일쯤 민중기 특검팀 면담에서 처음 제기했다. 윤씨는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줬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사람이다. 그런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21년에는 (통일교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더 가까웠다”면서 권 의원뿐 아니라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도 통일교 금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민중기 특검은 전 의원과 관련해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지도 않았다. 특검은 윤씨 진술을 확보한 지 4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5일 윤영호씨가 자신의 재판에 나와 특검 면담 과정을 공개하며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후 경찰은 12월 15일 전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12월 19일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그러나 올 초 출범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전 의원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할 당시 전재수 의원실 직원들이 압수수색을 받게 되자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관련 증거를 파쇄하고, 지역 보좌관은 PC 하드디스크를 밭두렁에 버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데 합수본은 이런 의혹이 제기된 지 2개월 만인 지난달 10일에야 관련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마저도 전 의원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합수본은 사건을 이첩받은 지 3개월이 지난 이달 19일에야 전 의원을 처음 불러 조사했다. 합수본은 18시간 동안 전 의원을 상대로 통일교가 2018년 구매한 까르띠에 ‘발롱블루’ 모델을 전 의원 지인 A씨가 수리를 맡긴 경위, 전 의원 저서 500권을 통일교 재단이 구매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후 열흘이 넘도록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野 권성동은 속전속결 수사
전 의원과는 반대로 권 의원에 대한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민중기 특검은 작년 7월 18일 권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 출범 전 윤영호씨는 ‘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을 위해 샤넬백 등을 줬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특검은 이 사건을 넘겨받았는데, 검찰이 앞서 확보한 윤씨 휴대전화에서 윤씨가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증거를 확인하고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검은 압수수색 한 달여 만인 8월 27일 권 의원을 불러 조사했고, 바로 다음 날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국 작년 9월 11일 권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서울중앙지법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9월 16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작년 10월 2일 기소된 권 의원은 3개월 만인 지난 1월 28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2심 선고는 다음 달 23일에 열릴 예정이다.
◇“與野 수사, 속도 너무 차이 나”
전·권 의원 사건 수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권 의원에게는 윤영호씨가 현금을 직접 전달했고, 돈다발을 찍은 사진이나 당시 일정이 적힌 윤씨 다이어리도 재판에 제출돼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 반면 전 의원은 윤씨가 금품을 직접 전달하지 않았고, 현금 사진이나 관련 문자메시지 등도 합수본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렇더라도 범죄 혐의점을 포착한 시점이 비슷한데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기소 여부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수사가 여권에는 관대하고 야권에는 가혹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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