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두쫀쿠’ 된 ‘왕사남’… 역사물·가족·연민 통했다

신정선 기자 2026. 3. 3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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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2위 ‘극한직업’ 추월 앞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분석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넘긴 유일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영화 ‘극한직업’을 제치고 관객 수로도 역대 2위에 오를 기세다. 사진은 한 상영관에서 ‘왕사남’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는 관객. /뉴시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영화 ‘극한직업’을 제치고 역대 관객 수 2위에 오를 기세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왕사남’은 8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누적 관객 1561만명(이하 29일 현재)을 모았다. ‘극한직업’(1626만명)까지 65만명이 남았다. 개봉 두 달이 가까워진 데다 프로야구 개막과 꽃놀이 시즌 시작으로 다소 주춤해지긴 했으나, 당분간 대형 경쟁작이 없어 2위 등극이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매출(1507억원)로는 이미 1위다. 누적 1500억원을 넘은 영화는 역대 개봉작 중 ‘왕사남’이 유일하다.

◇천만영화 없던 지난해, 대기 수요 몰려… ‘영화판 두쫀쿠’

‘왕사남’의 성적은 흥행 영화의 조건과 코로나 이후 영화 시장의 현주소를 고루 보여준다. ‘왕사남’을 본 1561만명은 대한민국 12세 이상(왕사남 관람 등급) 국민(약 4570만명) 중 3분의 1이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평이하다. ‘왕사남’의 대중성에는 3가지 키워드가 주효했다. 역사물, 가족, 연민이다. 국내 관객은 역사물을 매우 선호한다. 천만영화 34편 중 한국 영화는 25편이며, 이 중 11편이 근현대사를 포함한 역사물이다. 역사물은 관람 후 배운 게 있다는 만족감을 높이고, 영화 외적인 이야깃거리를 공유하는 파생 효과도 있다. ‘왕사남’은 역사물 중에서도 조선이 배경이라 근현대사보다 논란의 여지도 적다.

가족 관람으로 무난했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역사 교육 효과가 있다고 여긴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관람했다. 고경범 CJ ENM 글로벌프로젝트 담당은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족 타깃 영화가 잘되고 있다”며 “같이 볼 영화를 기다리던 가족 관객을 ‘왕사남’이 독식했다”고 말했다. 연민도 대중을 끌어들였다. 주인공 단종부터가 불쌍한 왕이다. 그를 감싸는 엄흥도는 부성애를 대표한다. 장항준 감독이 수년간 방송에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와 주연 배우 유해진의 푸근한 인상도 부담 없는 선택을 도왔다.

그래픽=이진영

영화 외적인 환경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는 천만영화가 없는 이례적인 해였다. 2024년 연간 관객 1억2000만명에서 지난해 1억명으로 주저앉았다. 1년에 한 번쯤 극장을 찾는 관객, 부담 없는 영화를 주로 찾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외면한 결과였다. ’왕사남’은 2000만명에 달하는 대기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소외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에 유달리 민감해진 대중이 대세 영화인 ‘왕사남’을 ‘무조건 봐야 할 영화’로 여겼다. 일부에서는 ‘왕사남’을 ‘영화판 두쫀구(두바이 쫀득 쿠키)’로 부른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천만영화는 완성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 같이 볼 수 있느냐와 유행을 타느냐가 중요하다”며 “지난해 영화관에 안 왔던 관객들이 ‘왕사남’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비싸서 안 본다, 특수관이 대세다’... ‘왕사남’이 깬 오해들

‘왕사남’은 코로나 이후 영화 시장에 대한 양대 오해를 흔들었다. 관객이 줄자 영화계에서는 표값이 비싸서 관객이 찾지 않는다는 주장과 이제는 특수관이 대세라는 주장이 대두했다. 하지만 ‘왕사남’의 1561만명은 보고 싶은 영화라면 현재의 표값에도 극장을 찾을 의향이 있음을 입증했다.

‘왕사남’은 아이맥스나 스크린엑스 같은 특수관을 겨냥하지도 않았다. 일반 상영관에서만 틀었는데도 역대 매출 1위다. 투자·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의 한상일 영화·드라마 사업 부문 이사는 “가격을 낮춰 관객을 영화관으로 오게 하려는 정책 논리는 통하지 않게 됐다”며 “작품 기획 지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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