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투자 기업 60% ‘채용 0’, 韓 경제에 보내는 신호

코트라(KOTRA)가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외투) 기업 20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3%가 지난해 ‘채용 제로(0)’였다고 한다. 나머지도 채용하긴 했지만 그 절반 이상이 채용 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더 줄였다고 답했다. 외투 기업이 고용의 문을 닫는 것은 그만큼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시장의 매력이 식고 있음을 말해주는 지표다.
외투 기업의 고용 규모는 83만여 명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특히 질 좋은 일자리가 집중된 제조업 내 고용 비율은 8.5%에 달한다. 외투 기업들의 고용·사업 축소는 이들과 협업하는 수많은 국내 중소 협력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일감 감소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연쇄 영향이 우려된다.
외투 기업이 채용을 축소한 가장 큰 이유는 ‘내수 경기 침체’(43.8%)였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소비 시장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외부자 시각에서 짚어낸 것이다. 여기에 높은 임금 수준(33.9%)과 고용 유연성 부족(24.2%)까지 가중되면서 글로벌 자본에 ‘고비용·저효율’ 시장으로 각인되고 있다.
특히 외투 기업의 60%가 국내에서 R&D(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며 고부가가치 창출을 원하는데도 정작 ‘인력의 전문성 결여’(35.8%)를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노동 개혁은 물론 교육 개혁도 뒤처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한 것이다.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대신해 일본이나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엔저 효과에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외투 기업은 철저하게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성이 있으면 들어와서 고용을 늘리고 그렇지 않으면 채용을 하지 않고 떠난다.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단순 통계 등락으로 보고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내수 활성화와 함께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노동·교육 등의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글로벌 자본과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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