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 선배’ 레오가 ‘몰빵 후배’ 실바에게 전하는 격려...“실바를 보면 10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아”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3. 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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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남정훈 기자]“10여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는 V리그 ‘몰빵 달인’들의 본산인가. 현대캐피탈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같은 쿠바 출신인 GS칼텍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를 향한 응원과 신뢰를 보냈다.

레오는 지난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2025~2026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혼자 39점(공격 성공률 62.75%)을 몰아치며 현대캐피탈의 3-2(22-25 22-25 25-18 41-39 15-12) ‘리버스 스윕’ 승리를 이끌었다.

레오는 4세트 환상의 서브쇼로 패색이 짙었던 팀을 구해낸 아웃사이드 히터 ‘쌍포’의 일원 허수봉(27점)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레오는 “이번 플레이오프는 내게 또 하나의 배움이 된 것 같은 시리즈였다. 챔피언결정전 또한 열심히 임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0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을 넘어가고 있는 레오. 본 기자가 레오를 처음 봤던 삼성화재 시절엔 20대 초반의 왕성한 나이였지만, 이제는 이틀에 걸쳐 10세트 경기를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법하다. 과거까지 들먹이며 체력이 괜찮냐고 묻자 레오는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웃으며 한국말로 “괜찮아”라고 답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이런 경기는 힘들긴 하다. 상대의 리듬도 좋았다. 다만 어제부터 개인적인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하지 않고 힘든 순간에도 끝까지 이겨냈다”라고 덧붙였다.
여자부에는 쿠바 동포인 실바가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며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3전 전승으로 뚫어내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있다. 실바가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몰빵 배구’를 시전하고 있지만, 몰빵에 관한한 레오가 한 수 아니 두 세 수는 위다. 삼성화재 시절 한 경기(2014. 12.30 OK저축은행전)에 공격 점유율을 무려 77%나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게 최고 기록일 뿐 삼성화재 시절 한 경기 공격 점유율 70% 이상을 숱하게 찍은 레오다. 레오의 한 세트 최고 공격 점유율은 95.45%(2014. 1.30 대한항공전 4세트)다. 당시 세트에서 이선규(現 현대건설 코치)의 속공 하나를 빼면 모든 공격을 레오가 다 때렸다. 그야말로 몰빵에 특화된 선수다.

삼성화재 시절 레오는 포스트시즌에도 팀 공격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다. V리그 데뷔 시즌인 2012~2013 챔프전 때는 3경기 도합 공격 점유율이 62.46%(188/301)였고, 2013~2014 챔프전에도 레오의 공격 점유율은 67.91%(218/321)로 더 올라갔다. 삼성화재에서의 마지막 챔프전이었던 2014~2015시즌에도 64.26%(178/277)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팀 공격 5개 중 3개 이상을 책임져줬던 레오다. 왜 레오가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인이라 불릴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몰빵 선배로 실바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느냐 물었다. 실바의 이름을 듣는 순간 “실바, 베리 굿”이라며 짧은 영어로 존중을 드러낸 레오는 “실바와는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에 다녀 알고 지냈던 사이다. 실바는 나와 성격이 비슷한 선수다. 그 역시 중요한 경기에서 좋은 리듬을 가져가는 타입의 선수다. 실바의 요즘 배구를 보면 나의 10년 전을 보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1990년생의 레오와 1991년생의 실바는 1살 차이다. 
이제 레오는 삼성화재 시절처럼 혼자서 팀 공격을 도맡을 필요가 없다. 현역 토종 NO.1 플레이어인 허수봉과 함께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10년 전처럼 혼자 다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레오는 이번엔 “수봉, 베리 굿”을 외친 뒤 “현재 우리 팀에는 공격적인 젊은 선수들이 많다. 현대캐피탈에 오게 됐을 때 수봉 같은 선수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의 배구에 적응한 상태다. 그렇다보니 내가 모든 공격을 다 때릴 필요는 없다. 예전처럼 다 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게 하고 있다”라며 허수봉을 비롯한 현재의 팀 동료들을 한껏 치켜세워준 레오다.
레오와 함께 V리그 최고 쌍포를 이루고 있는 허수봉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허수봉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서 같이 뛰자며 연락이 오지만 신경쓰지 않고 챔프전에만 집중하겠다”라고 답했다. 허수봉의 FA 얘기를 들은 레오는 “NO”를 연발한 뒤 “수봉이는 내가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현대캐피탈을 떠날 수 없다. 나와 함께 뛰어야 한다”라며 허수봉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표현했다. 

장충=남정훈 기자 che@segye.com[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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