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1만5000명이 피부 시술 중, 피부과 전문의의 5배

조선일보 2026. 3. 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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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진료과목으로 꼽히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 의사 수가 최근 10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서울 시내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모습. /연합뉴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국내 피부과 전문의는 2950명인데 피부 진료를 표방하는 동네 의원은 1만500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피부 미용 시술을 하는 의사 중 다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적어도 의사 1만5000명이 피부 시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만5000명이면 5년간 의대(정원 3058명) 졸업생 숫자다.

의사 부족으로 분초를 다투는 응급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응급실만 아니라 지역·필수·공공 의료 분야에서 의사가 부족해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몇 년 진통 끝에 의대 정원을 2031학년도까지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했지만, 의대 졸업생들이 대거 피부 미용 시술하는 곳으로 빠져나가면 의사 부족 현상이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

피부과의사회는 “선진국처럼 의대 졸업 후 2~3년간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는 ‘개원 면허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점 빼기 등 간단하고 반복적인 미용 시술은 간호사와 레이저 치료사 등이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국은 간호사가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간호사·레이저 치료사가 미용 의료를 하고 있다. 일본도 간호사가 의사 관리하에 제모 등 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선 의사만 할 수 있다. 그것도 피부과 전공 만이 아니라 모든 의사가 다 할 수 있게 해놓아 기업형 미용 의원들이 신참 의사를 채용해 시술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우리나라처럼 젊은 의사들의 미용 의료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 필수 의료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고 미용 의료에 대한 의사 독점을 없앴기 때문이다. 우리도 간호사 등이 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의사는 의사가 해야 할 질병 진료에 집중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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