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기름값 ‘2000원 시대’…‘웨이팅 명소’ 된 저가 주유소들
일부는 2000원도 넘겨…노원 1769원 최저가 주유소엔 ‘차량 행렬’ 이어져
없어서 못 판다…“최근 손님 급증해 물량 소진 되는 경우도”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서울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겼다. 지난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후 주유소 판매 가격이 나흘 연속 오른 결과다. 국제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평균 2000원대 돌파가 사실상 시간 문제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유명 저가 주유소들은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6.09원 오른 리터(L)당 1930.55원을 기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2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고시했다.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으로 보통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자동차용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1차 최고가격 고시 당시보다 평균 210원씩 인상된 수준이다.
2차 최고가격제 시행 후 전국에서 평균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일부 주유소는 리터당 200원 이상 가격을 올린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진 서울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더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기자는 오피넷 기준 이날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저렴한 주유소 2곳을 방문했다. 먼저 오후 2시께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 최저가 주유소'를 찾았는데, 점심시간이 지난 다소 애매한 시간대였음에도 주유소 바로 앞 도로 일부와 뒷골목에 주유를 위해 대기 중인 차량이 줄을 이뤘다.
이날 기준 이 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769원으로 같은 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보다 161.55원이나 저렴했다. 이 때문에 기자가 취재 차 머문 수십 분의 시간 동안 이 차량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씨(61)는 원래도 가장 저렴한 주유소였긴 하나 이 정도로 손님이 몰린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김씨는 "평소에 이렇게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며 "요즘 들어서 갑자기 늘었다.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니지만 체감상 (손님이) 5배는 많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인근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원철씨(78)는 "택시는 가스로 가다 보니 '기름값 오른다' 이런 말은 뉴스에서나 봤는데, 갑자기 이 주유소에 차량들이 줄을 서 있고 이 구간이 막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르긴 올랐구나' 싶더라"라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심지어 해당 주유소는 유명 맛집이 그러하듯 준비된 당일 물량이 소진될 경우 영업을 조기 종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일부 손님들이 차량에서 창문을 내리고 직원들에게 정확한 영업 시간을 묻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도봉구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주유소가 위치하고 있었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보다 152.55원이 저렴한 이곳 역시 기자가 머무는 동안 주유를 위해 차량이 계속해서 들어올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해당 주유소 앞에서 차량을 타고 대기하고 있던 시민 김정민씨(33)는 저렴하게 주유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김씨는 "원래 의정부에 사는데, 여기(주유소) 가격이 많이 싸다고 해서 시간 내서 왔다"며 "요즘 2000원 넘긴 곳도 많은데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좀 고생스럽더라도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직원인 박아무개씨(55)도 앞선 노원구 소재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이전보다 방문하는 손님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래보다 손님이 훨씬 많이 온다. 이렇게 바빠진 건 2주 정도 된 것 같다"며 "멀리서 온다는 손님도 많이 생겼는데, 다른 동네가 아니라 인근 다른 시에서도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씨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주유소 사무실에는 영업 여부와 당일 가격을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박씨는 "이런 전화가 요즘 자주 온다"며 "뉴스에서 오른다고 하니 이렇게 채우러들 오시는 것 같다. 물량이 소진돼서 못 파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했다.
취재를 마치고 해당 주유소를 떠날 때까지도 몰려드는 차량으로 붐볐는데, 바로 건너편에 있는 리터당 1990원대의 주유소는 이와는 대비될 정도로 한산했다. 주유 중인 차량을 두 세대 정도 볼 수 있긴 했으나, 앞선 두 주유소의 차량 행렬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또 이곳 인근에 있는 리터당 2000원대의 주유소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현재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 평균 가격이 21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주유소는 통상 2주 치 물량을 판매한 뒤 새로 공급받기 때문에, 현재 가격엔 지난주 공급분이 반영돼 있다"며 "공장 출고가가 약 210원 오른 물량이 풀리면 휘발유·경유 가격이 조만간 2000원을 찍고, 이후 싱가포르 현물가까지 반영되면 2100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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