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메모리 이어 자동차 등 산업용 반도체까지 ‘품귀 도미노’

김유진·권재현 기자 2026. 3. 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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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공급 집중…전력·통신용 등 수급 불균형에 가격 급등
전자제품·자동차 생산 차질 우려…빅테크 외 중소업체 더 큰 부담

다음달 1일부터 자동차 및 전력용 반도체 가격이 일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에 이어 산업용 반도체까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4월1일부터 전력용 칩(PMIC)과 디지털 절연기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15~85% 인상하기로 했다. 독일 전력 반도체 회사 인피네온도 주력 제품 가격을 5~15% 인상하고, 첨단 제품의 경우 그 이상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네덜란드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 NXP도 4월1일부터 특정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원자재, 에너지, 인건비, 물류 등 주요 부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반도체 공급이 데이터센터 등 AI 수요에 집중되면서 자동차나 전력·통신 등 산업용 반도체 수급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지난달 ‘2026 반도체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AI 칩 매출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산업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하지만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공정에 집중하면서 공급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측은 TSMC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공급가를 인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생산하는 대만 누보톤 테크놀로지는 4월1일부터 공급가를 약 20% 올린다고 밝혔다. 대만 UMC·PSMC, 중국 SMIC·넥스칩 등도 가격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선호함에 따라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빅테크를 제외한 중소업체들의 공급난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중동전쟁으로 인한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등 차량이나 AI 가속기 서버 등 제품 가격 인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노트북·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은 물론 중앙처리장치(CPU), 레이저 등 광통신 부품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 인텔과 AMD는 CPU 가격을 평균 10~1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차량 한 대 생산에 약 3000개 칩이 들어갈 정도로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가 관건이다. 전기차는 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12%, 고급차나 자율주행차는 15%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테슬라와 중국 BYD 등이 D램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계로선 전반적으로 부품 조달 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가세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라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라 당분간 수익률 감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권재현 선임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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