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최전선 읍·면·동] “권한 있어야 참여도 있다”… 해외는 달랐다

박명호 2026. 3. 3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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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참여하려면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풀뿌리 주민자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읍·면·동 정책을 둘러싼 현장 진단의 말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 회장(중앙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풀뿌리 주민자치의 핵심은 직선제와 권한 배분 구조"라면서 "현재의 읍·면·동장과 주민자치회 간 수직적 수평적 구조를 모두 분리해 재설계하지 않으면 주민자치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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⓸-1 주민선택동장제 해외사례
스위스·영국·일본, 기초단위에 실질 권한
“참여 아닌 결정”…구조 차이가 성패 갈라
지방자치가 확대되며 과거 행정 전달기관에 머물던 행정복지센터가 생활행정의 거점이자 주민참여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들이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경민기자

"주민이 참여하려면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풀뿌리 주민자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읍·면·동 정책을 둘러싼 현장 진단의 말이다.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드러난 읍·면·동장 주민추천제의 한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참여는 있었지만 제도를 움직일 권한이 없었던 구조가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스위스의 기초자치단위인 코뮌(Commune)은 주민참여가 제도 중심에 놓인 구조로 평가된다.

주민들은 총회를 통해 예산과 세금, 주요 정책을 직접 결정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총회가 입법 기능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 책임자 역시 주민이 선출한다.

참여가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직접민주주의 사례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패리시 카운슬(Parish Council) 역시 생활자치 기능이 작동하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지역 공원 관리나 생활 인프라 유지, 소규모 사업 추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직접 수행한다. 주민이 선출한 대표가 예산과 사업을 다루며, 결정 내용이 실제 행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 자치 기능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일본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을 중심으로 자치 구조가 형성돼 있다.

시정촌은 행정과 재정 권한을 가진 독립된 지방정부로, 단체장과 의회의원 모두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여기에 지역 단위 자치회가 결합되면서 생활 문제 해결 기능이 보완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조직과 주민조직이 분리되면서도 상호 작동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들 외국 사례의 공통점은 주민참여가 '의견 수렴'이 아니라 '결정'으로 이어지도록 권한이 제도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의 읍·면·동은 여전히 행정기관의 하부 조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자치회와 주민총회 등 참여 제도가 확대됐지만, 예산 편성권과 사업 결정 권한은 시·군·구에 집중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주민참여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다.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역시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이 동장을 추천하더라도 해당 직위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제도의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참여 확대 논의는 권한 재설계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 회장(중앙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풀뿌리 주민자치의 핵심은 직선제와 권한 배분 구조"라면서 "현재의 읍·면·동장과 주민자치회 간 수직적 수평적 구조를 모두 분리해 재설계하지 않으면 주민자치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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