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야구와 위기 대응
프로야구가 지난 28일 개막했다.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한 프로야구는 올해도 역대 두 번째로 개막 시리즈 전 경기 입장권이 매진됐다고 한다. 야구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매 순간 선수나 감독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구종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시속 160㎞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여도 직구 하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시속 160㎞를 처음 접하는 타자는 구속에 눌려 삼진을 당할 수 있겠지만, 2번째나 3번째 타석에서도 같은 직구만 뿌리면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게 야구다. 뛰어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변화구를 꽂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중동전쟁이 약 한 달째 국내외 주요 뉴스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코스피 등 주가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물류비 증가뿐 아니라 원유나 나프타 등의 수급난으로 인한 고충이 현실화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정부와 국회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석유 최고가격제다. 지난 13일 30년 만에 시행한 직후에는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하향 안정화하는 데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유종별로 ℓ당 210원씩 올린 지난 27일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주유소 판매가는 급격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1차 시행 때 사놓은 재고가 있어 주유소 판매가가 2~3일 유지될 것이라 봤던 정부의 전망이 무색하다. 일부 주유소들은 2차 가격 상승폭인 210원보다 더 올리기도 했다. 산업통상부는 정부 정책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행태로 판단해 해당 주유소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오름세는 지속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도 마찬가지다. 봉투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이 악화하자 곳곳에서 사재기하는 일이 벌어졌고 실제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종량제 봉투를 사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5일 전국 평균 종량제 봉투 완제품 재고량이 3개월분 이상이라며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까지 나서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일반 봉투 사용 허용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웠다”면서 “집에 쓰레기를 쌓아둘 일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예전처럼 종량제 봉투를 한 묶음씩 구하기는 쉽지 않다. 현 상황에서 필요한 건 정부 당국자들의 ‘엄포’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못하거나 사재기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고 효과적인 공이어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같은 위치에 던지는 건 전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마스크 구매처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
야구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처럼, 전쟁이나 위기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수급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 효과적인 구종 선택으로 새로운 공을 던져야 할 때다. 행여 머뭇대다 피치 클록 위반에 볼넷,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우를 자초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김경학 산업부 차장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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