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대통령 제주 발언 분석…“4·3이 핵심”
[KBS 제주] [앵커]
대통령의 제주 방문과 관련한 뉴스, 한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기자는 이번 대통령의 제주 방문, 어떤 점에 주목했습니까?
[기자]
저는 4가지 점에 주목했습니다.
첫째, 제주 4·3에 대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둘째, 제주에 어떤 선물, 또는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가?
셋째, 제2공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가?
넷째, 제주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변수가 될 것인가?
이 네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앵커]
그럼 4·3 이야기부터 해보죠.
추념식 당일 참석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제 평화공원에서는 물론 오늘 행사에서도 4·3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습니다.
아무래도 '국가범죄에 대한 시효폐지' 발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통령의 이 발언, 핵심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자]
매우 획기적인 발언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발언의 핵심은 국가 책임의 기준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제주4·3은 진상규명과 사과, 그리고 보상은 있었지만, 책임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빠진 기형적인 모양이었죠.
그런데 '시효 폐지'를 언급한 것은, 국가폭력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식화하겠다는 뜻입니다.
즉, '보상 중심의 해결'을 넘어 '책임 중심의 해결'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특히 '나치 전범'까지 언급했어요?
[기자]
이 대목은 이번 발언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나치 전범 처벌은 국제사회에서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언급한 것은 제주4·3을 국내 과거사가 아니라, 국제 인권 기준에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과거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넘어서, 지금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 현재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을 담은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사안은 대통령이 여당이나 정부보다도 유독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기자]
정치적으로 보면 의제를 선점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강한 리더십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시효 폐지'인 경우 전임 정부의 거부권으로 입법이 무산됐던 사안이죠.
'서훈 취소' 역시 국가보훈부는 유공자 지정 취소만 하고 무공훈장 자체는 유지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죠.
이처럼 여당과 정부 내부에서도 정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실행 단계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 충돌도 예상됩니다.
처벌까지 이어질지는 별도의 문제지만, 대통령이 직접 정책 추진의 출발점을 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대 역시 큽니다.
[앵커]
제주에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는지도 살펴보죠.
아무래도 신재생에너지가 화두였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오늘자로 제주도의 '계통관리 변전소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처는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던 '입구 제한'을 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전력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신규 접속이 막히거나 지연돼 왔는데요.
이걸 풀겠다는 건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 점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건 나흘전 문대림 의원이 에너지 도민주권 공약을 발표하면서 "접속 제한 완화 관련해 정부 정책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죠.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멈춰 있던 민간 투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만, 하지만 전력망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이번 조처는 '규제 해제'이지 '인프라 확충'을 바로 뜻하는 건 아닙니다.
핵심은 앞으롭니다.
전력망 투자,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 관리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함께 가지 않으면 이번 조처는 일시적인 숨통 틔우기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발표는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에너지 전환을 계속 밀고 가겠다는 '정책 선언'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4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도 정부 계획으로 발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위성곤 의원은 자신의 '제주형 AX 대전환' 공약과 일치한다며, 제주의 디지털 산업 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앵커]
장관의 주제 발표를 놓고 대통령이 렌터카의 전기차 전환 시기를 꼭집어 언급했어요?
[기자]
최근에 제주도가 전기차 중장기 계획을 변경했죠.
당초 2030년 100% 보급 계획에서 2035년까지 운행차량의 40%를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현실에 맞게 목표를 낮췄습니다.
제주도는 전체 보급률을 기준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접근 방식인데, 대통령은 렌터카나 택시처럼 '집중 전환이 필요하고 가능한 영역부터 과감하게 바꾸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 재정 지원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만큼 이 부분을 선도 모델로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제2공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도 궁금했습니다만, 특별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어요?
[기자]
네. 이 문제에 대해 참석자 질문이 없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2공항 얘기를 먼저 꺼냈죠.
"여러분이 잘 판단하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앵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기자]
갈등이 큰 사안이다보니 대통령이 직접 방향을 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지역 내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고, 환경·개발·지역경제가 모두 얽힌 고난도 갈등 사안이다보니 정부는 방향을 강제하지 않겠고, 지역이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다른 지역의 공항 문제도 있다보니 더욱 신중하게 접근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2공항을 언급하기 전에 해저터널을 거론하면서 '섬의 정체성', '제주를 제주답게'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이는 개발 확대보다는 보존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인식이 대통령에게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방선거 두달을 앞두고 열리는 행사이다보니 선거와 관련해 변수가 될지도 관심사였습니다.
관련 발언은 없었다고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행 선거법에선 대통령 역시 선거운동에 관여할 수 없긴 합니다만, 지난해 6월 열렸던 광주전남 타운홀미팅에서 현역 단체장들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여러 뒷말을 남겼거든요.
그래서 제주에서도 이런 변수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습니다만, 도지사와 국회의원에겐 발언권이 없다고 처음부터 못박고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2030년 과학기술원과 제주대학교 연합캠퍼스를 목표로 올해부터 에너지를 시작으로 우주, 바이오, 모빌리티로 확대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카이스트 공동캠퍼스 유치 공약은 민주당 도지사 후보 3명의 공통 공약이긴 합니다만, 4대 핵심 미래산업의 내용은 오영훈 도정에서 꾸준하게 제시해왔기에 이 방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늘 행사는 예정보다 30분 정도 더 진행됐습니다.
총평을 하신다면 어떨까요?
[기자]
타운홀미팅 방식이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특히 핵심 의제를 주제로 토론한 게 아닌데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신의 사업이나 개별 민원을 놓고 질문한 경우도 있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대통령도 언급했습니다만 공론화의 장을 만드는데는 한계를 보인 행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제주4·3과 관련한 발언은 앞으로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의 핵심은 결국 4·3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익태 기자였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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