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신부는 아이를 놔주지 않았다"… 혼혈아 학대·해외입양, 진실규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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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술에 취해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TRACE 해외입양·아동인권 진실규명연대'는 3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성 원선시오의 집'에서 벌어진 성폭력·학대 사건과 혼혈 아동 강제 해외입양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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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학대, 강제 해외입양 피해 폭로
피해자 "국가폭력 실태 진실규명" 촉구

"신부는 술에 취해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1965년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미키 우 플리펜은 50년 전 기억을 고통스럽게 떠올렸다. 어머니가 숨지면서 13세 나이에 인천에 있는 가톨릭 혼혈아동보호시설 '성 원선시오의 집'에 맡겨진 그는 신부의 성폭력과 학대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해외입양을 택했다.
정작 자신을 원치 않던 미국 가정에선 새벽 3시에 일어나 딸기밭에서 일했다. 그렇게 수년간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성인이 돼 한국으로 돌아와 어머니 묘 앞에 섰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어머니 장례식이 가슴에 사무쳐 수십 년간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그는 "아직도 '훌륭한 선교사'라 불리는 가해자를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 해외입양은 답이 아니었다고 알리기 위해, 용기를 냈다"며 울음을 삼켰다.
'TRACE 해외입양·아동인권 진실규명연대'는 3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성 원선시오의 집'에서 벌어진 성폭력·학대 사건과 혼혈 아동 강제 해외입양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TRACE는 플리펜이 대표를 맡은 캄라 코리아(KAMRA KOREA)를 포함해, 아동권리연대, EARS 입양기록긴급행동, 법무법인 원곡,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등이 모인 연대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사회가 혼혈 아동을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지 않고 해외입양제도를 통해 국가 밖으로 내몰았다"며 "단일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혼혈 입양인 인종차별에 대해 국가가 공식 사과하고 국가폭력의 실태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RACE 측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2년까지 '성 원선시오의 집'에서만 최소 1,000여 명의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시설에 입소했던 이들은 당시 원장으로 재임한 K 신부가 성폭행과 학대를 자행해 시설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증언했다. TRACE 측은 해외입양 및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 전담국을 설치하라고 요구하며, 혼혈 해외 입양인 5명의 증언 자료도 모아 제출했다.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 소장은 "1954년 한국전쟁 이후 한미 양국은 혼혈 아동을 전원 해외로 보내는 정책을 실행했다"며 "당시 해외입양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국가 정책과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사실상 강제 이주이자 추방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인권 침해의 역사"라며 "고령이 된 당사자들에게 이번 3기 진실화해위가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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