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세평] 명분 없는 시대, 솔선하여 바로잡는 힘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전쟁 상황은 명분이 사라진 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의 뻔뻔하고 잔혹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매우 염려되고 한편으로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을 차단하고 이란의 국민에게 자유를 얻게 해주겠다는 말을 내뱉고 있으나 그것이 거짓말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짓 명분으로 기워진 누더기 같던 윤석열 김건희 집권 시기를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지금의 혼란한 세계정세의 영향으로 회복 중이던 대한민국이 다시 정체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내란 세력들이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불안한 세계 정세 걱정에 얼마 전 손에 잡은 책이 <논어>이다. "정치란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정치를 묻는 질문에 대답한 짧은 말이다. 그의 언행록인 <논어>에는 바로잡는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잡음(正)은 분명 바로 잡을 대상이 있어야 성립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바로 잡을 대상과 사안에만 주목하고 정작 바로잡는 주체는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공자는 바로잡으려는 주체가 먼저 바로잡혀 있어야 올바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대가 올바름으로 솔선한다면 누가 감히 올바르지 않겠는가?" 결국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바로잡으려는 주체가 스스로가 올바른 태도를 잃지 않는 항상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바른 말(정언·正言)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인이나 행정가의 직임에 있는 자들이 내뱉는 말은 이른바 정언이 되어야 한다. 많은 경우 이들의 말은 유권자나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또는 정치적 셈법으로 과잉되어 부풀려지는 예도 있다. 그래서 이들이 내뱉는 말의 문구가 그 자체로는 매우 건전해 보인다 해도 내뱉은 말을 정치적 행위로서 실현할 의지가 없고 실천성이 모자란다고 판단된다면 그 말은 정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공자는 만약 자기가 정치 일선에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을 것(정명·正名)"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거짓 명분을 내세워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치는 전쟁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전쟁의 명분을 공적인 사안과 연결된 문제라고 강변하나 실은 사적인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가 숨어있기에 부당한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전쟁통에 트럼프의 두 아들이 드론 제조업체에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본다는 기사를 봤다. 전쟁을 주도하는 대통령의 일가가 자국의 국방부가 큰 자본을 들이는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 전쟁의 부당함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무죄를 주장하는 한국의 극우 유튜버들은 트럼프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이들의 선동에 호응하듯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은 즉각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나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우리에게 미칠 악영향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발생한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대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7년간 살아온 자가를 매물로 내놓은 일을 떠올리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명분 없이 혼돈과 비정상이 횡행하는 시기에 잘못된 것을 솔선하여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행정부 수반에게서 보게 된 사실은 분명 인상적인 일이다. 명분은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
/진보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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