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아리랑, 밀양의 들판 넘어 세계의 심장으로-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고비룡 2026. 3. 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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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은 한국 문화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다.

궤를 같이하듯 지금 전 세계는 다시 한번 가장 서민적인 한국의 소리, 아리랑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문화의 보고, 사마르칸트에서 진행하는 '샤르크 타로 날라리' 국제 음악 축제에 대한민국 대표로 밀양이 참가해 아리랑으로 되살아나는 우리나라 민족 문화의 강한 생명력을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결국, 아리랑의 세계화는 '가장 밀양다운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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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은 한국 문화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다. 서울 단성사에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며 식민지 조선의 심장을 흔들었고 같은 해 대구 명창 김금화의 ‘미량아라니량’ SP 음반이 세상에 나왔다.

식민지 조선의 억눌린 울분과 희망찬 내일을 향한 힘찬 염원을 한 가닥 선율에 실어 보냈던 그 ‘아리랑’이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궤를 같이하듯 지금 전 세계는 다시 한번 가장 서민적인 한국의 소리, 아리랑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그 발원지이자 종착역은 단연 경남 밀양이다.

최근 일본 교토에서 열린 ‘My(밀양) K-arirang 경연대회’ 현장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일본 문화의 정수가 흐르는 교토 한복판에서 재일교포들이 서툰 발음으로나마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를 읊조리는 모습, 사물놀이를 하며 동살풀이로 흥을 풀어내고 휘모리 가락으로 격정의 무대를 표현하며 연주하는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다. 이는 단순한 아리랑 경연이 아니었다.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 정서의 공유이자,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서린 아리랑이 세계 공통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밀양문화관광재단의 ‘밀양아리랑 디아스포라 연구’의 외연 확장과 맞물려 있다. 2024년부터 시작된 재단의 연구는 동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미주, 유럽 지역의 한인사회를 통한 한류의 출발지,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좇아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아리랑을 연구하고 있다. 과거 척박한 삶을 찾아 떠난 이주민들의 봇짐 속에서 간신히 명맥을 잇던 아리랑은, 이제 문화적 자부심을 입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고난의 상징이었던 디아스포라가 이제는 ‘K-컬처’의 강력한 엔진으로 치환된 셈이다.

교토를 울린 ‘K-아리랑’의 생명력은 동아시아에서 멈추지 않고 올해 중앙아시아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 우즈베키스탄 문화의 보고, 사마르칸트에서 진행하는 ‘샤르크 타로 날라리’ 국제 음악 축제에 대한민국 대표로 밀양이 참가해 아리랑으로 되살아나는 우리나라 민족 문화의 강한 생명력을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아픔이 오늘날 새로운 원동력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 간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글로벌 아이콘 BTS의 컴백 소식이다. 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앨범 ‘ARIRANG’으로 컴백했을 때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아미(ARMY)’는 한국의 역사와 호흡했다. 100년 전 나운규가 무성영화로 민족의 혈맥을 뚫어냈다면 오늘날의 아티스트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아리랑을 글로벌 문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 거대한 문화적 파고의 중심축은 역시 밀양이다. 밀양은 단순히 아리랑의 본고장을 넘어 무형유산 대표 글로벌 거점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밀양아리랑 대축제를 기점으로 한 유네스코 무형유산 공연과 각종 전승단체 행사는 다른 도시에서 보여줄 수 없는 다채로움이 녹아있다. 결국, 아리랑의 세계화는 ‘가장 밀양다운 것’에서 시작된다. 교토에서 확인한 가능성과 글로벌 한류스타들이 증명한 파급력을 밀양이라는 공간적 플랫폼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앞으로의 숙제다.

아리랑은 이제 박제된 유산이 아니다. 밀양의 들판을 지나 세계인의 귓가로 흐르는 가장 한국다운 힘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 그 중심에 밀양이 당당히 서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줄 때이다.

고비룡(밀양창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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