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 유럽 수출 암초, 수심 잠긴 바닷길

유진주 2026. 3. 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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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인천 기업들 ‘시름’]

이슬람 무장단체 후티, 참전 선언
유럽~아시아 해상루트 봉쇄 불안
우회해 갈 경우 물류비 폭등 직면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인천 수출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예멘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습하고, 중동 전쟁에 참전을 선언함에 따라 홍해 봉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후티 반군 근거지 예멘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맞닿아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해상 루트로 꼽힌다.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선박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앞서 후티는 지난 2023년 가자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며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등 상선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한 바 있다. 이번 전쟁에서도 후티가 같은 방식을 동원해 홍해를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후티 참전으로 홍해와 수에즈운하까지 통항에 차질이 생긴다면,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한다. 이 경우 운송 기간이 보름가량 늘어나고 물류비는 폭등하게 된다. 유럽 등에 납품 기일을 맞춰야 하는 수출업체들은 항공편이나 유라시아 철도 등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선박에 비해 단가가 높아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인천 지역 기업들의 유럽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로, 홍해 항로까지 봉쇄될 경우 지역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천본부세관이 발표한 ‘2월 인천지역 수출입 현황’을 보면, 대유럽연합(EU)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2% 증가한 5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5.5% 급증하는 등 유럽 국가의 수출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프랑스를 비롯해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에 전체 물량의 약 50%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는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이미 운송 기간이 두 달에서 네 달로 늘어난 상태로, 홍해까지 봉쇄될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납기 기일을 맞추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항공편 운송을 알아보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기초 체력이 약한 지역 중소 제조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영효 인천대 GTS(Global Trade&Service)학부 교수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철도나 항공 이용이 늘어나겠지만, 이 역시 단가가 높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해 선택지가 좁다”며 “유가 급등으로 원자재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물류비까지 치솟으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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