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당 250만원 더 내야할 판"…중고차 업계 '초비상'

김우섭 2026. 3.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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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行 운송료 4배 폭등
중동戰에 뱃길 막힌 13조 중고차 시장
이달 UAE 수출 80% 넘게 급감
< 발 묶인 인천항 중고차 > 지난 26일 인천 항동 인천내항 4부두에 아랍어가 적힌 번호판을 단 중고차가 선적을 앞두고 주차돼 있다. 김우섭 기자


지난 26일 인천 항동 인천내항 4부두. 평소보다 많은 2100여 대의 중고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지만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음달 초까지 예정된 선적 작업이 없어 인부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랍어가 적힌 번호판을 단 중고차엔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에 차량을 넣고 고정하는 작업을 했다가 다시 부두로 내린 차량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며 국내 중고차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행 뱃길이 꽉 막혔다. 지난달 28일 전쟁이 시작되기 전 한국에서 출발한 선박은 호르무즈해협에 진입하지 못하고 여전히 바다에 떠 있다. 수출 차량은 평소보다 다섯 배 뛴 운송료 때문에 갈 길을 잃고 주차장에 멈춰 섰다. 수출업자들의 자금줄이 묶이자 중고차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도 떨어졌다.

30일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이달 1~20일 승용 중고차 수출액은 2억209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수출 감소는 중동과 아프리카 중고차 시장의 허브인 아랍에미리트(UAE) 뱃길이 막힌 영향이 크다. UAE 수출은 1~20일 344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859만달러) 대비 81.5% 급감했다. 호르무즈해협 폐쇄로 UAE 두바이 인근 하므리야항과 제벨알리항에 선박이 들어가지 못해서다.

중고차업계는 지난해 전체 중고차 수출액 13조2931억원 중 절반 이상이 UAE 또는 UAE를 거쳐 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로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우회 항로 찾아도 물류비 폭탄…판매대금 안들어와 '돈맥경화'
재고 쌓이면서 시세 30% 급락…부품 가격까지 '도미노 하락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근 하므리야항과 제벨알리항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중고차 수출 허브다. 다른 지역에 없는 대형 중고차 야적장이 있는 데다 세계 각지에서 온 중고차 매매상이 이곳에서 활동한다. 재수출 품목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통관 작업이 단순한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중고차 88만2639대 중 절반 이상이 두 항구를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에 수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자 UAE에 집중된 수출 구조가 중고차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두 항구에 가려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이란의 공격으로 이곳을 통과할 방법이 없어서다.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으려면 대체 항구인 코르파칸항을 지나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이 길을 택하자니 가뜩이나 운송료가 치솟은 가운데 추가 육로 이동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배 오른 운송비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이후 중고차 수출 업체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전쟁 시작(지난달 28일) 전에 중동행(行) 선박을 띄운 업체는 피해 금액을 가늠할 수도 없다. 선박 대부분이 한 달 이상 인도양과 호르무즈해협 주변 바다에 떠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 운송료 외에 전쟁 보상비 등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전쟁 위험을 이유로 컨테이너를 홍콩 또는 스리랑카 항구에 임의로 내려놓은 사례도 있다.

40피트 컨테이너 17개에 중고차 55대를 실어 UAE로 보낸 중고차 회사 벤투스아우토가 대표적인 피해 업체다. 중동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이 회사는 전쟁 전 인천~두바이 기준으로 컨테이너 하나당 운송료 1500달러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전쟁 후 전쟁 보상비와 추가 운송비 등이 부과돼 컨테이너당 6000달러는 지급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윤승현 벤투스아우토 대표는 “추가 비용을 얼마나 더 내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며 “중고차 판매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줄이 꽉 막혔다”고 말했다.

수출 업체들은 UAE로 가는 우회 항로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우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UAE행 운송료가 치솟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해운이 공지한 UAE 대체 항구인 코르파칸항까지의 운송료는 컨테이너당 5500달러로 치솟았다. 평상시 운임인 1500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여기에 코르파칸항에서 육로로 두바이 인근까지 이동하는 비용 1000달러와 항만 보관료 등을 더하면 총운송료는 컨테이너당 7000달러까지 오른다. 컨테이너당 중고차가 3~4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에 대당 50만~60만원이던 운송료가 262만~350만원으로 뛴 셈이다. 중고차 수출업체 오케이티의 오일성 대표는 “10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서 판매하는 수출 업체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출 업체 지원 나서야”

중동행 수출 시장이 멈추자 중고차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중고차 업체들은 판매 대금을 받아 다른 중고차를 매입해 왔는데, 이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경매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15년형 BMW 5시리즈는 600만~700만원에 거래됐다. 주행거리와 연식이 비슷한 차량이 지난 2월 800만~9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20~30% 하락한 것이다. 2016년식 KGM 티볼리 역시 같은 기간 600만~70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떨어졌다.

중고차 매매업체 케이카는 전쟁 여파로 다음달 중동에서 인기가 많은 GV80, GV70,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벤츠·BMW 등의 중고차 가격이 3~5%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고차용 부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 업체들은 연식이 오래된 차량을 판매할 때 수리를 위해 부품을 함께 사서 보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 자금 대출 등 중고차 수출 업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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