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기내서 ‘백악관 연회장’ 자랑한 트럼프…“계단은 있는데 갈 곳이 없다?” [1일1트]
기둥은 시야 가리고 현관엔 출입문도 없어…천장은 12.2m
백악관 진입로도 변경될 것…대칭성 훼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건설 예정인 백악관 무도회장 3D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A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0/ned/20260330190147336dnru.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백악관 연회장 건설이 충분한 공개 검토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건축계에서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설계안에 구조적·기능적 문제가 적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관은 과도하게 크고, 계단은 건물과 연결되지 않으며, 기둥은 내부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형식은 있지만 기능은 없다”는 비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건설 예정인 백악관 무도회장 3D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A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0/ned/20260330190147597qyus.jpg)
이처럼 상징성이 큰 건축물이라면 통상 설계 단계부터 장기간에 걸쳐 세밀한 검토를 거친다. 특히 워싱턴DC의 공공 프로젝트는 도시 경관과 역사성을 고려해 더욱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 연회장은 법원의 개입이 없는 한 이번 주 그대로 착공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립수도계획위원회(NCPC)는 다음 달 2일 연회장 계획에 대한 최종 승인 표결을 진행한다. 이는 백악관 확장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올해 1월에야 상세 내용이 공개됐고, 지난달 미술위원회에서는 단 12분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회장 건설에 사용되는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A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30/ned/20260330190147917bhxh.jpg)
이미 백악관 부지에는 건설 크레인이 들어선 상태다. 워싱턴에서 기념비나 박물관, 주요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검토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비교 사례도 있다. 백악관 담장은 연회장보다 훨씬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트럼프 1기 당시 재건 과정에서 9개월간 공개 회의를 거쳤다. 기둥 크기부터 장식, 철제 간격까지 세부 요소 하나하나가 논의 대상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개보수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에 천창을 설치하는 계획조차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를 거쳤다. 스미소니언 흑인역사문화박물관 역시 외관 색상을 결정하는 데 수개월의 논의와 실험이 필요했다.
이와 관련해 역사보존단체 대표 캐럴 퀼런은 “공공 프로젝트는 한 사람의 비전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악관 측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건설가”라며 “이 프로젝트가 그의 손에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150년 넘게 여러 대통령이 연회장을 원해왔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하면서 설계 과정이 지나치게 압축됐다는 비판은 여전히 제기된다. NYT는 백악관이 올해 봄 착공을 계획하고 있어 설계 검토가 끝나기도 전에 시공 도면이 병행 작성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계획위원 토머스 갈라스는 “이 일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정도 규모 건물이라면 설계부터 도면 완성까지 최소 18개월에서 2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공 프로젝트는 개념 설계, 예비 승인, 최종 승인 등 단계별 검토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 연회장은 개념 설계 검토 없이 진행됐고, 예비·최종 심사를 동시에 받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는 통상 소규모 시설 변경에나 쓰이는 절차다.
이에 대해 미술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식 회의를 통해 충분한 의견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계획위원회 역시 다른 대형 프로젝트와 동일한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설계 자체로도 이어진다. 연회장은 의사당과 백악관을 연결하는 상징 축에 들어서게 되는데, 한 건축가는 이를 두고 “정부 권력의 두 축 사이에 끼어드는 구조물”이라고 비판했다.
새 동관은 기존 백악관보다 면적 기준 약 60% 크며, 천장 높이만 약 40피트(약 12.2m)에 달한다. 이로 인해 전체 단지에서 사실상 중심 건물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새로 설계된 남측 현관은 출입문이 없는 구조로, 내부 채광과 시야를 가릴 가능성이 크다. 설계자조차 해당 요소를 “필수 기능이 아닌 미적 선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조경 설계에 따라 유지돼 온 백악관 진입로도 변경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전체 공간의 대칭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회장 내부 역시 1000명 기준보다 과도하게 넓게 설계돼 소규모 행사에서는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부엌과 영부인 사무실 역시 필요 이상으로 확장됐으며, 일부 외벽은 창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장실 공간을 가리는 구조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은 “백악관은 특정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원의 제동이 없는 한, 연회장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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