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의 도그마, ‘경수완독’ 위험 부르나 [왜냐면]


김규현 | 변호사
검찰개혁 관련, 이재성 논설위원의 ‘어떤 ‘진보인권 법률가’들이 빠진 함정’(한겨레 3월25일치 27면)과 박용현 대기자의 ‘독일은 왜 검사의 기소권마저 통제하나’(한겨레 3월26일치 26면) 칼럼을 읽었습니다. 검찰권력 비대화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두 칼럼이 ‘오직 검찰만이 악’이라는 전제하에 별다른 대책도 없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결론으로 도출하고 있어 현장 실무가로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박 대기자는 보완수사권 찬성론자들이 검사를 ‘선량한 무오류의 존재’로 전제한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완전한 오독입니다. 찬성론자들은 ‘검찰·경찰·공수처 등 모든 국가기관은 악’이라는 전제하에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최적점을 설계하는 것이 개혁의 본령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제한적 보완수사권론’이 탄생한 것입니다. 오히려 두 칼럼처럼 ‘오직 검찰만이 악’이라는 시선으로는 다른 기관이 ‘제2의 검찰’처럼 비대해지는 위험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 논설위원은 형사절차의 본질이 ‘피의자 기본권 보호’라고 단언하며, 보완수사권 옹호론자들을 ‘피해자 관점에 매몰된 법률가’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압도적 가해자이던 군주정·독재정 시대의 패러다임입니다. 캄보디아 국제범죄단지, 마약 카르텔, 엔(n)번방, 전세사기 등 범죄가 초국경적, 조직적, 지능적으로 진화한 오늘날, 세계 각국의 형사법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새로운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인권과 피해자 구제는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이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야말로 현대 형사법의 과제입니다. 따라서 피의자 인권만을 ‘최상위 이념’으로 내세워 피해자 구제를 부차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한편 ‘시행착오조차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든든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선 묻고 싶습니다. 시행착오의 대가를 치르게 될 범죄 피해자들 앞에서 그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가와 책임은 칼럼니스트가 아니라 현장의 사람들이 치릅니다.
박 대기자는 독일의 중간절차를 근거로 ‘수사에 관여한 자가 기소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독일 모델의 핵심 전제를 누락했습니다. 독일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을 보유하며, 최근에는 ‘중점 검찰청’을 중심으로 사이버범죄, 경제범죄 등에서 검사의 직접수사를 오히려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독일의 중간절차는 바로 이러한 검사의 수사권 보유를 전제로, 그 남용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중간절차는 보완수사권 폐지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되 그 통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입니다. 박 대기자는 독일 제도를 정확히 거꾸로 읽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박 대기자는 보완수사권 찬성론이 ‘검사의 보완수사는 어떻게 감시·견제할지 말하지 않는다’고 단정했습니다.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 제한적 보완수사권(발동 요건의 엄격한 제한), 기소심의위원회·사건심의위원회 등 시민에 의한 수사·기소권 통제, 법원 재정신청 활성화, 나아가 장기적 대배심 도입 논의까지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두 칼럼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경수완독’(경찰 수사권 완전 독점)의 위험입니다. 치안·정보·물리력에 더해 수사종결권까지 가진 경찰이 사건을 덮거나 소극 수사할 때, 보완수사권 없는 공소기관에 남는 수단이 무엇인지, 두 칼럼 어디에도 답이 없습니다.
민생 수사의 현실을 무시한 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종교화하는 도그마는 형사사법의 공백을 낳고, 그 공백에 지친 국민으로 하여금 다시 ‘범죄를 척결하는 강력한 공권력’을 갈망하게 만들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검찰이 부활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한테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가 목표”라고 했고, “논쟁이 두려워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 방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냐”고도 물었습니다. 감정과 도그마를 걷어내고, 남용을 봉쇄하면서도 국민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치밀한 설계, 그것이 진정한 개혁입니다. 도그마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제2의 윤석열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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