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보상안에도 노조 몽니…삼성전자 성장엔진 '경고등' 켜지나
메모리·비메모리 간 이해 엇갈려 내부 갈등 확산 우려
HBM 반등 국면서 노사 충돌…실적 회복 적기 놓치나

성과급 협상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사측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상한제 폐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노사 불협화음이 지속될 경우 실적 반등의 적기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에 '임금협상 안내'라는 공지를 통해 임금협상 교섭 과정을 공개했다.
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가 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특별 보상'을 (노조에) 제안했다"며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준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시 메모리 사업부의 경우 '다' 등급 기준으로 경쟁사와 동일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는 경영성과 개선 시 OPI 50% 외에 추가로 25%를 지급, 최대 75%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도 제시했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하면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연 1회 지급된다.
회사의 이 같은 제안은 노조 요구와 경쟁사 대비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은 OPI 50% 상한을 넘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회사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3%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직원수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오히려 지급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밖에도 출산경조금은 기존 30만원·50만원·100만원에서 100만원·200만원·500만원으로 상향하는 안 등 복지 패키지 혜택도 제안했다.
그럼에도 노조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과급 제도에서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노조는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를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되 적자 사업부의 경우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노조 측의 요구대로 제도를 변경하면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OPI 지급률에 노조의 제도 변경안을 도입한다면 시스템 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에 대한 지급률은 47%에서 11%로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노조 측의 제안이 메모리 사업부에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노사 갈등을 두고 노사를 넘어 노노 갈등, 직원 간 내부 갈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둔 온도차가 벌어지면서 DS부문 및 스마트폰, TV, 가전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간에서도, DS부문 내에서는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 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DX사업부는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비메모리 사업부들 역시 올해까지는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내부적인 갈등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AI가 촉발한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 밀리며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바 있다. HBM4(HBM 6세대)는 세계 최초 양산 출하 소식을 알리며 경쟁력을 회복해가고 있지만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또 다시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업황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런 가운데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도 노조가 협상보다는 성과급 상한선 폐지 요구를 고수하는 모습은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금 협상이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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