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극재정, 지출 조정 ‘두마리 토끼’ 겨냥한 내년 예산지침

정부가 적극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예년보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재량지출 절감치 상향·의무지출에도 손을 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한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난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능동적 재정전략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내년도 재정 운용의 양대 축은 ‘적극적 재정’과 ‘지출 구조조정’ 강화가 특징이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등 사회 구조 대전환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대외여건 변화로 재정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다. 한편으로 정부는 ‘재량지출 15%·의무지출 10% 감축’ 등 지출 구조조정의 강도를 예년보다 상향 조정했다. 정부가 의무지출 분야에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급여와 지방교부세, 국채 이자 등이 해당되는 의무지출은 법률·법령에 근거하는 만큼, 그 규모를 줄이기 힘들었지만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적극 재정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은 현 경제 상황이 복합적 난국임을 시사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중동전쟁의 영향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 위기’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여기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재정을 한참 늘려도 모자랄 판이다.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의무지출 감축 목표까지 제시한 상황이라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가 이 난제를 풀려면 적재적소에 재정을 투입해 실효성을 높이고, 지출 구조조정도 일괄감축이 아니라 예산 편성 취지를 살리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 운용은 취약계층을 보듬으며, 혁신성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심사 과정에서 포퓰리즘 사업은 차단해 국민이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시민단체 의견을 예산 요구서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간 예산은 국민의 접근이 차단된 탓에 현실과 동떨어진 집행이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예산 편성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국민 참여가 확대되면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탄력도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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