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순덕 부산생명의전화 상담원 “외롭고 힘들 땐 언제든 생명의전화로 전화하세요”

박수빈 2026. 3.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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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자살 예방 전화 상담
지난 17일 1만 시간 상담 봉사 달성
경청·공감으로 내담자 개선 때 위로
“정책적 지원·지역 사회 연계 절실”

“부산생명의전화(1588-9191)는 극단적 선택을 앞둔 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어려움이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힘든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산생명의전화 류순덕(73) 상담원은 위기 상황에 이르기 전 마음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상담원은 1982년 6월 1일부터 월 2~3회 꾸준히 자살 예방 전화 상담 봉사를 이어왔다. 지난 17일 오전 8시에는 상담 봉사 1만 시간을 달성했다. 그는 약 44년 동안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위로하며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도왔다.

류 상담원은 전화 상담 봉사를 하며 오히려 행복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내담자들은 전화 상담 이후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껴 상담할 때마다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류 상담원은 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진행되는 야간 상담 봉사를 맡아 왔다. 봉사 회당 적게는 3건에서 많게는 7건까지 전화를 받는다. 건당 권장 상담 시간은 1시간 이내지만 사안에 따라 2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그는 “보통 퇴근 후 밤을 새우거나 주말을 반납해 봉사했는데, 지치지 않고 봉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두 가지 비결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상담 시작 전 심신의 휴식을 충분히 취해 내담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한다”면서 “감정이입이 되면 체력적 어려움도 잊게 되고, 내담자의 상태가 개선되는 것을 느끼면 오히려 제가 더 큰 위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 상담원은 “또 다른 비결은 상담실 문을 나서기 전 이곳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며 “상담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되, 상담실 안에서의 사연과 감정을 내 일상으로 다시 가져가지 않아야 상담 봉사가 ‘어렵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0년부터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류 상담원은 어쩌다 전화 상담 봉사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는 “어렸을 적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영양실조에 걸렸을 정도로 힘겨운 시절을 보냈었다”며 “삶의 어려움을 알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류 상담원이 봉사를 시작한 시기와, 오늘날 시민들의 고민과 상담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그는 “1980~90년대에는 생계난과 가족 문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외로움과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특히 10대 내담자가 많이 늘었고, 사별로 혼자 살게 된 고령층 역시 연락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류 상담원은 과거보다 내담자 사례가 복합적이고 어려워진 만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사회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담자 중에는 주변의 지지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경우가 많아, 정책적 지원과 함께 관련 제도에 대한 안내·연계가 절실하다”며 “전화 상담 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이들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