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가격, 어떻게 정해질까? “봉투 값 아니라 ‘쓰레기값’”[정리뉴스]

중동 전쟁으로 비닐봉지의 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재기’와 일시적 품귀 현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기관과 전문가들은 ‘종량제 봉툿값’은 일반 상품처럼 봉투의 원룟값이 상승한다고 오르는 것이 아닌 ‘조례에 따라 정해지는 공공요금’이라고 설명했다. 종량제 봉툿값은 단순한 비닐봉툿값이 아닌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과 지역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설정된다는 것이다.
‘쓰봉’ 값은 단순히 ‘비닐봉툿값’이 아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값이 오르고 설탕값이 오르면 아이스크림값이 오르지만, 종량제 봉투값은 단순히 플라스틱 봉툿값이 오른다고 해서 즉각 올릴 수 없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30일 “봉투 가격은 지방정부의 조례로 정해져 있어 공장에서 임의로 올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관리 조례에 따라 정하게 돼 있다. 가격을 인상하려면 조례 개정안을 만들고, 지방의회의 심의·의결과 공포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종량제 제도는 쓰레기나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람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배출자 부담의 원칙’ 아래 만들어진 제도다. 쓰레기 수집·운반에 드는 인건비, 차량 관련 경비, 소각장·매립지 등 처리 시설 운영비, 종량제 봉투 제작 비용 등이 모두 종량제 봉툿값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마다 폐기물 배출량, 폐기물 처리 과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마다 종량제 봉툿값도 다르다. 서울(490원), 광주(740원)처럼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봉툿값을 통일한 지역도 있고, 기초지자체마다 다르게 설정하기도 한다.
쓰레기 처리 비용 매년 상승···나프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봉툿값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비용이 매년 상승하고 있는 점은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 각 지역의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종량제 쓰레기 현황’을 보면 2024년 전국 평균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26.6%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2024년 전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든 비용은 5조6830억원에 달했으나 종량제 봉투 등을 통한 수입은 1조5104억원에 불과했다. 지역별 자립도는 광주광역시가 50.3%로 가장 높았으며 전북특별자치도가 16.9%로 가장 낮았다. 각 지자체는 나머지 비용은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실제로 종량제봉투 판매금액, 폐기물 처리수수료 수입, 재활용품 판매 수입 등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기후부는 지침을 통해 자치단체장이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청소예산 재정자립도 및 주민 부담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 현실화는 어려운 과제다. 지난해 발간된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간 종량제봉투 가격의 변화 유형 분석’ 논문(김가영 외)을 보면 종량제 전국 도입 이후 30년간 각 지자체는 평균 3.34회 밖에 봉투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며, 절반 가까운 인상 시도가 종량제 시행 초기인 1996~2001년에 집중됐다. 1995년부터 30년간 종량제봉투 가격을 동결한 곳도 있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지역 내 노후화된 소각장을 보수 및 증설해야 해 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7년째 봉툿값을 동결한 상황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종량제 봉투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해 처리 시설의 작업 환경 개선이나 폐기물 수집·운반 노동 조건 개선 등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종량제 봉투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종량제 봉투 가격은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기 때문에 나프타 원료 가격 등 시장 상황이 변동한다고 해서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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