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반영못한 '친노동 2탄'… 소송대란·고용위축 우려

최예빈 기자(yb12@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6. 3. 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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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일해온 A씨는 자신과 계약했던 B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며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사를 대리했던 노동전문 변호사는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분쟁의 대부분은 퇴직금 소송"이라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로 계약을 맺고 이를 이행해오다가 계약관계가 끝난 후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프리랜서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근로자에 준하는 소득세율을 소급 적용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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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한 근로자 추정제
노무제공자 '일단' 근로자 간주
분쟁 발생때 사용자 입증책임
정부, 구체기준은 법원 판단에
기업들 "프리랜서 고용 줄일것"
보험업계 "年수조원 비용폭증"

프리랜서로 일해온 A씨는 자신과 계약했던 B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며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프리랜서로 다양한 이점을 누렸지만 계약이 종료된 뒤에는 '근로자성(性)'을 내세운 셈이다. B사를 대리했던 노동전문 변호사는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분쟁의 대부분은 퇴직금 소송"이라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로 계약을 맺고 이를 이행해오다가 계약관계가 끝난 후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 추정제라는 '여의봉'을 쥐어주면 불합리한 요구를 더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쟁이 발생하면 노무제공자가 근로자성을 입증했던 관례를 깨고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돌리는 것이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 추정제를 이른바 '경계선 노동자'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출발선으로 본다. 사업자들이 직고용을 우회하기 위해 프리랜서·특수고용직 제도를 악용해왔다는 시각이다. 과거에는 임금 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을 내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근로자성을 노동자 스스로 입증하는 부담을 안아왔다는 것이다. 또 법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같은 기본적 권리도 향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을 완료한 직후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선의로 들어선 길에는 곳곳에 암초가 존재한다. 민형사 법체계를 흔들 뿐 아니라 각종 분쟁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노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염려가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법 개정에 따른 파장이 즉각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사소송에 국한되며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별도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분쟁 범위에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최저임금법·퇴직급여보장법·기간제법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사와 형사가 사실상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민사에서 근로자 추정을 통해 쉽게 근로자로 인정받아 확정 판결까지 받은 뒤 형사적으로 문제를 삼으면 형사분쟁에서도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장 콜센터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이 외주·용역 구조를 더 복잡하게 재편하거나 아예 계약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텐데, 그게 과연 노동자에게 좋은 결과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인 보험업계 불안감도 크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에 설계사만 65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근로자로 모두 인정된다고 가정하면 보험사는 4대 보험료 부담에 퇴직금 적립, 최저임금 보장, 주휴수당 지급 의무까지 떠안아 연간 수조원 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프리랜서 등 사업소득자에게 근로자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면 '세금 형평성'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프리랜서·특고 등 사업소득자는 필요경비 공제 등을 통해 근로소득자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사례가 많다. 심지어 프리랜서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면 근로자에 준하는 소득세율을 소급 적용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최예빈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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