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부터 땅 밑까지 모든 생태계 완전히 달라져"
초원에서 토양까지...기후위기로 연쇄 붕괴
장기 온난화 실험이 밝힌 생태계 변화

기후위기로 지구 온도가 2°C 상승하면 산지 초원의 식생뿐 아니라 토양 생태계까지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30년에 걸친 실험 결과 지상 식물의 변화가 지하 미생물 구조까지 연쇄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원에서 관목으로...장기 온난화가 바꾼 산지 생태계
영국 가디언은 미국 록키산맥의 한 고산 초원 특정 구역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약 2°C 높게 유지해 약 30년 간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꽃과 풀은 줄어들고 대신 덤불 형태의 관목이 빠르게 확산됐다고 25일 보도했다. 일부 식물은 아예 사라졌다.
미국 록키 마운틴 생물학 연구소(RMBL)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온난화는 고산 초원의 식생 구조를 변화시켰다. 실험 초기 과학자들은 기온이 오르면 풀이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다양한 풀과 야생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고 대신 키가 큰 관목이 증가하는 '관목화' 현상을 보였다. 풍부한 꽃 초원이 건조한 덤불 중심의 생태계로 바뀐 것이다.

"지하 생태계도 바뀐다"...균류 구조 변화 확인
변화는 눈에 보이는 식물 종에서 그치지 않았다. 관목 증가는 토양 환경과 물질 순환에도 영향을 끼쳐 지하 생태계 변화로 이어졌다.
RMBL 연구진은 식물 변화와 함께 토양 속 미생물 군집 역시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기존 초원에서는 식물 뿌리와 공생하는 균근균이 주요 역할을 했지만 온난화 이후에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부생균의 비중이 증가했다.
이는 생태계의 영양 순환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기후위기가 식물 구성 변화를 넘어 토양의 생물학적 기능까지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탄소 저장, 토양 건강, 생태계 안정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연구진은 "식물 군집이 변하면 그와 연결된 토양도 함께 변화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기 때문에 장기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생태계 '보이지 않는 변화' 확산
문제는 이 현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극에서는 관목 확장이 위성으로 관측될 정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온 상승이 식물 성장의 제한 조건을 해제하면서 더 큰 식물들이 기존 생태계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은 탄소 저장 방식 변화, 영구동토층 해빙, 추가적인 온난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한국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고산 지역에서는 저온 환경에서 자라는 고산식물의 서식지가 줄고 대신 온난한 기후에 적응한 식물이 확산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산림청과 국립생태원 연구에서도 "고산 식생대가 점차 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산 생태계는 수백에서 수천 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형성되는 환경으로 한번 무너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 특히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토양, 미생물, 식생 구조까지 함께 변하면 완전히 다른 생태계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식물의 변화는 곧 곤충 감소, 새 개체수 변화, 포유류 서식지 이동 등 전체 생물다양성 붕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