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가톨릭 미사 한때 제지…논란 일자 철회

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29일(현지시각)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기독교 성지’ 성묘교회에서 당국의 제지로 가톨릭 미사가 열리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는 등 안전상의 이유라고 했지만, 국제사회 비판이 이어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나서 미사를 허용하도록 당국에 지시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의 30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전날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과 라틴 성지 관리인 프란체스코 이엘포 신부가 종려주일 미사 집전을 위해 교회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스라엘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종려주일은 예수가 종려나무 가지를 든 군중의 환영을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총대주교청과 성지관리소는 공동성명을 통해 “교회 지도자들이 성묘교회에서 성지주일(종려주일) 미사를 집전하지 못하게 된 것은 수세기 만에 처음”이라며 “수십억명의 교인들의 감정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성묘교회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이한 뒤 부활하기 전 안치됐던 묘지에 세워진 교회다. 기독교 최고 성지 가운데 하나로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집트 콥트교, 시리아 정교회 등 기독교 6개 종파가 구역을 나눠 교회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주류 종교인 유대교와는 관계가 없다. 성묘교회 공동관리단은 2018년 2월 당시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내 교회 소유 상업용지의 세금감면 조처를 철회하는 데 반발해 휴관을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공동관리단은 “예루살렘에서 기독교도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규탄했다. 성묘교회는 1990년 유대인 정착 시설 건설에 항의해 하루간 문을 닫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예루살렘 성지의 현상 유지를 침해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에 더해지는 심각한 문제”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신자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도 성명을 통해 “총대주교가 종려주일에 성묘교회 출입을 금지당한 것은 이해하거나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경찰과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사일 파편이 성묘교회 인근을 포함한 구시가지에 떨어지는 등 안보상의 이유로 출입을 거부했다고 해명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피차발라 추기경이 예루살렘 성묘교회에 완전하고 즉각적인 접근 권한을 부여받도록 관련 당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최근 며칠간 예루살렘 성지를 탄도미사일로 반복적으로 공격했다”며 “미사일 파편이 성묘교회에서 수 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예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종교인에게 예루살렘 구시가지 내 성지에서의 예배를 일시적으로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피차발라 추기경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관련 사건을 보고받은 즉시 추기경이 예배를 집전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당국에 지시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세계 수학자 1700명, 실명 걸고 “미국서 열리는 필즈상 거부”
- 43년 일터서 숨진 금형 베테랑…“손녀는 아직 퇴근 안 한 걸로 알아요”
- MB “윤석열, 싫은 소리 했더니 말 없어져…와인 한 모금, 술 못하는 줄”
- 기후장관 “종량제 봉투 부족 시 일반 봉투에 쓰레기 버리기 허용”
- “등에 샤워기 물 맞고 서 있지 마세요”…전쟁이 부른 ‘사우나 푸어’
- “이진숙, 뇌 구조 이상” 최민희에 ‘모욕죄 무혐의’
- 한화솔루션의 ‘답 없는’ 유상증자…“무모한 김동관, 주주에겐 리스크”
- 손 쳐든 이혁재 “폰 던져버릴라”…‘한동훈 복당!’ 청년 막말 심사후기
- 파키스탄 “미·이란, 우리의 대화 촉진 중재에 신뢰 표명”
- 영남권 분위기 달라져…국힘→민주 간판 바꿔 출마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