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갑질" 시·구의원들 직접 폭로…배현진 "무관용"

김호경 에디터 2026. 3. 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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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지도부 침묵 속 서울시당 전격 조사 돌입

마포 지방의원들 기자회견 "조정훈 직권남용"

"매달 당협 운영비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 징수"

"본인의 저서 '이기는 보수' 100~150권씩 할당"

"공천권 무기로 지방선거 부당한 불출마 종용"

구체적 증거 제출…경찰, 정치자금법 위반 조사

민주 "우리한텐 당 간판 내리라더니 내로남불"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왼쪽)과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

국민의힘 서울 마포 지역 시·구의원들이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에게 매달 돈을 상납하고 조 의원이 출간한 책까지 대량 강매(强買)했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전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 인재영입위원장이기도 한 조 의원 문제를 두고 침묵만 고수하는 상황에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당 측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 의원은 최근 당 윤리위원회에 의해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당했다가 법원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배 의원은 30일 낮 12시 45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직 당협위원장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서울 관악을 지역의 시·구 의원 후보자에 대해 전면 재공모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마포갑 당협(당협위원장 조정훈)의 논란과 수사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시당 차원의 조사와 논의에 돌입했다"면서 "서울시당은 공정경쟁의 원칙을 훼손하는 모든 경우에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뒤이어 조 의원에게 돈을 상납한 당사자라는 소영철 서울시의원과 강동오·오옥자 구의원이 직접 등장해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울시당에 마포갑 당협의 직권남용 및 부당행위 근절과 엄정 조사를 촉구한다"며 조 의원과 당협 핵심 관계자로부터 ▲시·구의원을 대상으로 한 부당한 운영비 거출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한 도서 강매 갑질 ▲공천권을 무기로 한 지방선거 불출마 종용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국민의힘 마포갑 광역·기초의원들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 로비에서 조정훈 당협위원장의 공천헌금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30. 연합뉴스

이들은 "(조 의원 측이) '당협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시의원에게 매월 30만 원, 구의원에게 매월 20만 원씩 18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금전을 거출했다. 하지만 이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회계 자료 등을 단 한 번도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이는 지방의원의 소중한 의정활동비를 사실상 강제 징수한 것으로 투명한 회계 원칙을 위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본인의 저서 <이기는 보수>를 지역구 시의원에게 100~150권, 구의원에게 100권씩 할당해 구매할 것을 강요했다"며 "이는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급 선출직 공직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한 명백한 갑질이자 비윤리적 행태다.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분이 정작 뒤에서 낡은 관행으로 동료들을 옥죄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 의원이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시의원과 구의원들에게 정당한 사유나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도 없이 불출마를 권유, 종용했다"면서 "이는 당의 공정한 경선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선출직 공무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폭거다. 오직 자신의 뜻에 순응하는 사람들로 줄 세우는 사당화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서울시당에 조 의원의 비위 사실을 입증할 운영비 입금 내역과 메시지, 관련자 진술서 등 구체적 증거를 모두 제출했다고 한다.

현재 서울 마포경찰서는 소영철 서울시의원과 강동오·오옥자 구의원 등이 지난 2024년 8월부터 18개월간 매달 돈을 갹출해 지난달까지 총 2500만 원을 조 의원 측에 송금했다는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다. 아울러 조 의원이 지난해 8월 출간한 책 <이기는 보수>를 강제로 구매했다는 점을 포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조 의원은 돈을 상납받은 일이 없고 공천과 연계해 책 구매를 강요한 적도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 국힘 조정훈에 시·구의원 상납 의혹…"강선우 건과 유사"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2025년 8월에 출간한 책 '이기는 보수' 표지

여권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이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공당의 공천 질서를 어지럽혀 개인 축재에 이용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국민의힘과 조정훈 의원은 직접 이 돈을 왜 상납받게 됐는지,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돈이 개입되는 순간 공천은 거래가 되고 정치는 원칙이 아니라 흥정으로 전락하게 된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조정훈 의원과 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 국민, 그리고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다그쳤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정치와 돈의 부적절한 결합은 국민의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린다. 특히 해당 의혹의 당사자인 조정훈 의원이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역시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태도다. 타당의 문제에는 '당 간판을 내리라'며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국민의힘이 정작 자당 핵심 인사의 의혹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국민께서 가장 분노하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침묵하지 말고 관련 의혹에 대해 명확히 답해야 한다. 입금 내역과 경위, 출판기념회 운영 방식까지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정치는 신뢰로 평가 받고, 신뢰는 말이 아니라 책임과 투명성으로 증명된다. 수사 기관 역시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회 본관 앞에서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정치개혁 관련 입법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 중인 조국혁신당은 조 의원에 관한 의혹 또한 정치개혁 차원에서 접근했다. 정춘생 최고위원은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로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개혁진보 4당이 농성에 돌입한 지 22일 때 되는 날"이라며 "조정훈 의원은 지방의원들에게 받은 돈의 총액과 사용처를 거짓 없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거대 양당의 지방의회 독과점,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공천 헌금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