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진칼 지분 추가 인수에도 조원태 '완승'

김보형 2026. 3. 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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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과 지분 격차 1.78%P로 좁혀져
주총선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통과
한진칼, 김석동 이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영입
"산은 지분 가격보다는 항공업 발전 적임자가 가려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재계 12위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원태(50) 한진그룹 회장과 2대 주주인 호반그룹 간 지분 격차가 2024년 말 2.23%포인트에서 작년 말 1.78%포인트로 소폭 좁혀지면서다.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지분까지 합치면 전체 지분율은 46.04%에 달해 여유가 있다. 하지만 5대 주주인 국민연금(5.44%)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하면서 산은 등 정부 관련 지분을 언제까지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과 지분 격차 좁혀져

한진칼은 3월 18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이 20.56%라고 공시했다. 2대 주주인 호반그룹(18.78%)과의 격차는 1.78%포인트였다. 1년 새 0.45%포인트 격차가 줄어든 것.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 ‘호반써밋’ 등으로 잘 알려진 호반건설의 모기업인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 17.43%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23년엔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더 끌어올렸다. 

호반은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 인상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조 회장의 반대편에 섰다는 걸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호반이 같은 해 5월 12일 ‘한진칼 보유 지분을 18.46%까지 확대했다’고 공시하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진칼은 사흘 뒤인 15일 자사주 0.66%를 사내 복지 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이번 공시를 통해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더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공시 이후 약 21만600주(0.32%)를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보유 지분율이 1% 이상 변동하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자본시장에서는 호반이 향후에도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는 1% 미만 단위로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칼 지분 호반에는 꽃놀이패 

호반은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이 주력인 호반이 항공업이 주력인 한진칼 2대 주주에 올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호반은 전남 보성 출신인 김상열(65) 창업주가 광주 지역 건설사에 다니다 1989년 세운 호반건설이 모태다. 김 창업주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헐값에 나온 부동산에 임대아파트를 지어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이후 활동무대를 수도권 신도시로 넓히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건설 한우물을 파던 호반은 2010년대 후반부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리솜리조트(2018년)를 시작으로 대아청과(2019년)와 삼성금거래소(2020년) 등 리조트, 농산물 유통, 귀금속 분야까지 뛰어들었다. 2021년엔 국내 2위 전선업체인 대한전선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김 창업주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차남 김민성 호반그룹 부사장, 장녀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사장 등 2남 1녀의 승계구도와 연관 짓기도 한다.
 
다른 시각도 있다. 호반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적이 있다. 김 창업주가 일찍부터 항공업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 한진칼 인수를 통해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얘기다. 호반이 지난해 11월 4%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LS그룹 지주사인 (주)LS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 자금을 한진칼 인수에 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호반은 한진칼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도 짭짤하게 챙겼다. 호반의 한진칼 지분 투자 원금은 80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가치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진칼 주가가 올랐다”며 “호반 입장에서는 한진칼 경영권을 확보하면 더 좋고 아니어도 그만인 ‘꽃놀이패’나 다름없다”고 했다. 호반그룹의 이러한 지분 투자가 한진칼 주가 변동성을 키워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석동, 최종구...산은에 공들이는 한진

한진은 호반의 한진칼 지분 확대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공과 코로나19 위기 돌파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명분’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델타항공(14.9%)은 대한항공과 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을 뜻하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만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결국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인수자금을 내주면서 확보한 한진칼(10.58%) 지분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산은이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조 회장이 산은의 지지만 받으면 경영권 방어엔 문제가 없다. 반대로 호반이 산은 지분을 사들이면 조 회장을 제치고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다.

산은은 2020년 조 회장에게 부채비율이 2291%까지 치솟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했다. 아시아나의 새 주인으로 낙점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에 따른 항공 수요 급감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항공업 전망이 어두운 때였다. 산은은 한진칼에 인수자금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며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도 담보로 요구했다.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조 회장은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도 ‘역발상’ 경영으로 돌파했다. 여행객이 없어 멈춰 선 여객기 16대를 화물기로 전환한 것. 코로나19로 마스크와 의약품 등 화물 수요가 넘쳐났다. 대한항공 매출은 계속 늘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16조5019억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품에 안긴 아시아나도 재무구조가 개선돼 공적자금 3조6000억원을 모두 갚았다.

한진은 그룹의 명운을 쥔 산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진칼은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도 맡겼다. 최 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전임 한진칼 이사회 의장도 금융 관료 시절 ‘대책반장’으로 통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산업 발전 적임자 가려야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도 주목받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국민연금이 누구의 우호 세력이 되느냐에 따라 한진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한진칼 이사 보수 안건에 대해서도 “보수 한도와 금액이 경영 성과에 비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등 4개 계열사에서 총 145억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향후 산은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조 회장에게 부담이다.

일단 3월 26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델타항공,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호반측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면서 당장 경영권 분쟁은 없을 전망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의 찬성률은 93.77%에 달했다.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도 이날 주총 직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우호세력이 있어 괜찮다. 방어를 잘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만큼 한진칼 보유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단순히 비싸게 쳐주는 곳에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은 대한항공을 끌어들여 부실기업(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공적자금 환수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며 “가격보다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잘 이끌 곳에 파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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