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녹취록 파장…“검찰 부적절한 플리바게닝” vs “與 싸구려 삼류 정치공세”
2023년 6월 초 검찰 진술 이후 녹취록...짜깁기 공방 속 국정조사 4월 본격화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재명 대통령을 주범(主犯)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검찰 녹취록을 두고 검찰의 수사 방식 문제 제기와 동시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의 정치적인 행보라는 의구심도 나왔다. 대화 당사자는 박상용 검사(현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와 서민석 변호사(현 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로, 이 녹취록은 서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에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서 변호사가 과거에는 검찰 측에 먼저 형량 조정 요구를 하며 수사에 협조했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녹취 일부만 공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 회유 증거...추가 녹취 존재"
전용기·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검사는 2023년 6월19일 서 변호사에게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전 부지사)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말은, 쌍방울이 2019~20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800만 달러(스마트팜 사업비 500만·경기지사 방북비 300만)를 대납했다는 사건에서 경기지사 방북비도 이 대통령이 알았다는 진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의혹은 4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앞두고 제기됐다.
전 의원은 30일 오전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오고 나서 실제로 쌍방울 변호사들과 이야기했고 서 변호사에게 쌍방울 조작 기소를 밝혀야 되는데 어느 부분을 접근하면 되느냐고 물었다"며 "이후 서 변호사가 과거 삭제한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고 연락을 해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녹취 파일도 존재한다며 추가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 의원은 "서 변호사가 과거 이 전 부지사에게 300만 불(이 대통령 방북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면 이재명 (사건 당시) 지사를 팔게 되는 건데 그 죄책감은 어떻게 짊어지고 가려고 하느냐, 300만 불을 인정해서 그게 공고화가 되면 현행법상 10억 이상이 되고 1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될 건데 오히려 안 좋은 판단을 하게 되는 거다(라고 했다더라)"라며 "그러니까 이 전 부지사 진술이 다시 한번 흔들리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 "이화영 측이 먼저 선처 요청"
대북송금 수사팀은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박 검사는 28~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변호인 측이 먼저 선처 요청을 해 응대해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 검사는 구체적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 등 쌍방울과 경기도가 유착한 확실한 증거 △이를 토대로 대북송금 최종 수혜자인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 관련 모호하게 진술한 반면 여러 물증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 무리하게 '종범' 적용을 요청한 점 △이후 서 변호사의 선처 요청이 검토됐지만 수사팀에서 거부된 사실 등을 되짚었다.
또 사법부는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대북송금 사실관계를 인정했는데, 여기서 이 전 부지사의 이 대통령 관련 진술이 그 근거로 쓰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녹취록은 전체가 아닌 일부 짜깁기됐다고도 주장했다.
박 검사는 이번에 녹취록이 공개되기 전인 3월3일 서 변호사에게 통화 공개 시 전체 대화를 공개하라는 요청 메시지도 보냈었다. 전체 녹취록 및 통화 시점과 횟수까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서 변호사가 먼저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하는 것을 전제로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죄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의율할 것,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상 뇌물죄의 경우 징역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집행유예가 나올 수 없다고 자신에게 전한 사실 등도 함께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서 변호사가 지난 2월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씨와 함께 자신을 고발한 뒤였다.

홍승욱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대북송금 수사팀(김영일 전 2차장검사, 김영남 전 6부장검사)도 입장문에서 "이화영의 자백 취지 진술 이후 서 변호사 측에서 '특가(뇌물)를 일반뇌물로 변경, 정범이 아닌 종범으로 기소, 재판 중 보석 등 제안'을 요청한 바 있다"며 "당시 검찰 수사팀은 그 요청이 법리상 불가하다고 통보했을 뿐 이를 제안한 바 없으며 이화영, 서민석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제도) 의혹 제기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대북송금 수사 당시 야당 대표를 겨냥해 이 전 부지사 측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사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목으로 기소하는 협상 제도다. 영미법계인 미국에서 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사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정국에서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8월 "내부자 진술이 진상 규명에 필수적"이라며 수사·재판 조력자의 형을 감면해 주는 조항 도입을 건의했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여 3대 특검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화영·서민석의 '오락가락' 행보?
정치적 배경에서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의심도 존재한다. 이 전 부지사는 애초 쌍방울 뇌물 혐의로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023년 1~2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대북송금 의혹이 불거졌다. 국가정보원 문건, 돈을 전달한 쌍방울 직원들의 출입국 기록 등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의혹을 계속 부인하다가, 2023년 6월 검찰 진술에서 이 대통령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씨는 검찰 진술 문제를 제기하며 2023년 7월 서 변호사를 해임했다. 이와 달리 이 전 부지사는 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재판이 파행하기도 했다.
백씨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옥중 서신을 공개하며 '이 대통령에 대한 보고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4월 자신의 법정에서는 검찰과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에서 연어 술자리를 마련하고 자신을 회유했다는 '연어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부지사를 대리한 설주완 변호사(전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는 29일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5월19일 이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입장을 바꿨고 이를 김현지 당시 당대표 보좌관(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곧바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설 변호사는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당시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사임하겠다고 먼저 말했지만,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례처럼 이 전 부지사도 당 변호인이 빠지면 더 폭로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말려 (변호인으로) 남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제3자를 통해 김 보좌관에게 변호인 때문에 진술을 바꿨다고 전했고, 김 보좌관이 내게 전화로 이 문제를 이야기하길래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을 담당했던 서 변호사는 설 변호사가 사임한 후인 2023년 6월부터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주당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서 변호사는 지난 1월 정청래 대표의 법률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지만,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한 변호 이력이 논란되면서 2월 사퇴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씨가 2024년 4월29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대북송금 관련 이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하면 형량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서 변호사 발언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이 전 부지사 종범 의율을 제안한 건 서 변호사라는 박 검사 반박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천 원내대표는 "조작기소 국정조사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땔감이 필요한 민주당 지도부도 부화뇌동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형량 거래, 회유의 주범은 박 검사가 아니라 서민석 예비후보"라며 "이런 싸구려들의 삼류 정치공세로는 진실을 가릴 수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쟁 추경’ 민생지원금 또 나온다…지급 대상·방식·규모는? - 시사저널
- [민심 X-ray] “이재맹이가 일은 잘하데”…TK도 대통령 지지율 63%, 이유는? - 시사저널
- 몸 푸는 ‘대구의 아들’ 김부겸, ‘보수 텃밭’ 흔들까 - 시사저널
- 출산율 반등?…“2030년부터 진짜 위기 온다” - 시사저널
- 삼성은 26일부터 10부제…SK는 30일부터 5부제 도입 - 시사저널
- ‘강자’ 김어준에게 되돌아온 부메랑…“쫄지 마! 씨X” [하헌기의 콘텍스트] - 시사저널
- 연애할 여유조차 없는 시대, 멜로가 달라졌다 - 시사저널
- 파킨슨병 초기 신호, 눈에서 먼저 보인다 - 시사저널
- 건강해도 무너진다…환절기 면역의 함정 [박민선의 건강톡톡] - 시사저널
- 정상 체중이어도 뱃살 많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박민선의 건강톡톡]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