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독거미 부대’? 여군 특수부대 과시한 이유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한 특수부대 훈련에서 여군의 모습을 특히 강조해 이목을 끌고 있다. 북한이 남녀를 가리지 않는 ‘모든 인민의 무장화’ 전략을 강조하고,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딸 김주애의 군사적 행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감을 줄이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해 전투원들의 훈련 실태를 점검하고 시범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여성 군인들의 모습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특전사 장병 및 지휘관들과 촬영한 기념사진을 보면, 사진 정중앙의 김정은 주변으로 주로 여성 군인들이 배치됐다. 남성 군인들은 비교적 가장자리에 자리한 모습이다. 신문은 김정은이 “만만한 자신감에 넘쳐 있는 여성 특전대원들의 훈련 모습을 기쁨 속에 봐주시면서 따뜻하게 고무 격려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여성 특수부대원은 매우 소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도 남성처럼 고등학교 졸업 시기인 만 17세에 대부분 입대하지만, 주로 통신과 대공포 또는 군의소(북한 부대에 설치된 의료기관) 등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에 여군 특수대원들이 소개된 사례는 2005년 7월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특수부대를 시찰했을 당시, 얼룩무늬 위장복을 착용한 여군들의 모습이 조선중앙TV 화면 일부에 포착된 정도다.
하지만 이날은 여군 특수대원들이 남성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앞에서 무술을 선보이는 등 강인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주먹을 쥐고 발차기를 하는가 하면, 단검과 쌍절곤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남자 특수부대원들이 일렬로 늘어선 가운데, 그 속에 선글라스를 낀 여성 대원들이 자리한 장면도 포착됐다.
과거에는 양성된 여성 특수대원들이 전투가 아닌 공작 업무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공개된 요원들은 실전 투입을 위해 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한국의 전원 여성으로만 구성된 유일한 대테러 특수부대 ‘독거미 부대’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다. 독거미 부대는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 소속 제35특수임무대대 예하의 특임중대로, 2022년 5월부터 ‘태호부대’로 명칭이 변경됐다.

북한이 여군 특수부대의 전투력을 과시한 것은 최근 내세우고 있는 ‘전민 무장화’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민 무장화, 전국 요새화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우선적으로 충분히 보장하여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장성 강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불시의 전시 상황에 대비하거나 방어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서 연일 아버지를 따라 군사 일정에 동행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심리적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 여성 군인들의 역할을 부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김주애는 군수공장 시찰과 무기 시험, 신무기 사격 현장 등에 잇따라 등장하며 광폭 행보를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직접 저격총과 권총 등을 사격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군과 안보 영역에서도 여성이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모습을 조금씩 축적하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특수작전 훈련에서 김정은이 여성 대원들의 훈련 모습을 별도로 언급한 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민 항전 태세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여성들이 특수부대 소속으로 고난이도의 훈련을 받는 모습을 매체에 노출시킴으로써 어린 여자 아이인 김주애가 국방 일정에 참여하고 차기 지도자로서의 행보를 넓히는 분위기를 주민들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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