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하는 애경산업, 문제는 '중국'과 '스킨 케어'

김다이 2026. 3. 30. 16:4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의존·브랜드 편중 한계
스킨케어 육성·글로벌 확장
태광 편입 효과, 향후 실행력에
그래픽=비즈워치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편입을 계기로 강도 높은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스킨케어 육성과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매출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단일 브랜드 의존도와 중국 편중 구조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매각 이슈 속 실적 '주춤'

애경산업은 지난 26일 태광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애경산업은 이번 편입을 단순한 자본 확충이 아닌 '질적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오는 2028년까지 화장품 매출 비중을 기존 32%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다만 최근 실적 흐름은 녹록지 않다. 애경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6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줄었다.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같은 기간 54.9%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6.9%에서 3.2%로 반 토막 났다.

화장품 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2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의 화장품 부문 비중도 39%에서 32%로 축소됐다. 회사가 제시한 '2028년 50%' 목표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출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내수는 89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수출은 1250억원으로 28% 감소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런 흐름은 애경산업의 중국 시장 의존 구조와 연관돼있다. 애경산업 화장품 부문은 해외 매출 비중이 58%에 달한다. 문제는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점이다. 그간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AGE20'S)'를 앞세워 중국 온라인과 홈쇼핑 채널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중국 현지 소비 둔화와 유통 환경 변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중국 법인인 에이케이상해무역의 매출은 2024년 832억원에서 지난해 568억원으로 31.7% 감소했다. 적자도 지속됐다. 미국·일본·동남아 등 중국 외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중국에서의 감소가 이를 갉아 먹었다. 단일 국가와 채널에 의존한 구조적 리스크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불균형도 해소해야 할 숙제다. 애경산업은 'AGE20'S', '루나' 등 베이스 메이크업 중심 브랜드에 강점이 있지만, 스킨케어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시그닉', '원씽', '포인트앤', '에이솔루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아직 시장 내 존재감은 미미한 상황이다. 애경산업의 국내 페이스 메이크업 시장 점유율은 2023년 4.5%, 2024년과 2025년 모두 4.3% 수준으로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시카우인 생활용품 부문도 위태롭다. 애경산업의 세제·샴푸 등 생활용품 카테고리 점유율은 2023년 7.4%에서 지난해 6.2%까지 하락하며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 온라인 전용 제품 등 채널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하락세를 되돌리기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태광의 인프라, 성장의 날개 될까

결국 애경산업의 생존 키워드는 '탈(脫)중국'과 '브랜드 다변화', '스킨케어 강화'로 요약된다. 태광그룹 편입은 이를 실행할 자본과 인프라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회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 체계의 전면 손질이다.

애경산업은 화장품·생활용품 이원 구조를 깨고 △메이크업 △스킨케어 △퍼스널뷰티 △홈케어/덴탈케어 등 4개 사업부로 세분화했다. 각 사업부에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독립 책임 경영 체제'를 도입해 의사결정의 병목 현상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전략의 핵심인 스킨케어는 '시그닉'과 '원씽'이 맡는다. 특히 시그닉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애경산업이 지난해 9월 론칭한 브랜드다. 시그닉은 향후 글로벌 사업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생활용품은 백화점식 브랜드 론칭 대신 '케라시스', '샤워메이트' 등 검증된 브랜드를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키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애경산업과 태광그룹 CI/사진=애경산업

태광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 요소다. 먼저 태광산업이 보유한 섬유·화학 소재 역량에 애경의 제조 노하우가 결합되면 독자 성분을 개발하거나 친환경 패키징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유통망 확충도 호재다. 태광그룹 산하의 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은 애경의 신규 브랜드인 '시그닉'이나 '원씽'을 빠르게 대중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다.

태광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애경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경산업이 포스트 차이나로 낙점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은 태광의 사업 영역과도 맞물리는 지역이다. 태광의 현지 운영 노하우와 물류 시스템을 발판 삼아 애경은 낮은 비용과 리스크로 해외 사업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장기 미결 과제였던 '가습기 살균제 리스크'의 완전한 분리다.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양측은 해당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매각 주체인 애경그룹이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태광 체제의 애경산업이 과거의 사법적·도의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오직 '성장'에만 화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그동안 특정 브랜드와 특정 시장에 의존해 온 구조적 한계가 명확했다"며 "단순한 확장 전략이 아니라 판 자체를 다시 짜는 국면인 만큼, 태광의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해 실행하느냐가 환골탈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