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AI 석학 5명 데려온다…연봉 3억 걸고 AX '대수술'
공대 넘어 전 단과대 AX 역량 강화
연봉 3억 제시…정교수 연봉 두 배
인문대 예술대도 AI 연구자 초빙 가능
교원 겸직 제한 규정에 가로막힐 수도

서울대가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AI) 석학 5명 영입에 나선다. 서울대가 전 단과대 차원에서 AI 관련 석학을 한꺼번에 특별채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제시된 기본 연봉은 3억원 수준으로, 기존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을 두 배 웃돈다. 서울대가 최근 학내 AI 연구, 교육 체계를 손질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 대학들처럼 AI 석학 교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 AX 석학 5명 스카웃한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달 ‘국가난제 및 AI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 석학 교원 채용 계획’ 공문을 17개 단과대에 배포하고, 각 단과대별로 추천 교수 목록을 취합하고 있다. 추천 대상은 세계적 연구성과를 보유한 석학과 신진 우수 인재 등으로, 임용 목표 시점은 오는 9월 1일이다.
이번 계획은 특정 학과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서울대의 AX 연구 역량 제고를 위한 전략적 영입에 가깝다. 일반 공채가 아닌 각 단과대별로 원하는 석학들을 접촉해 스카웃 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다. 학교 관계자는 “현재 각 단과대별로 추천 교수 후보군을 작성 중”이라며 “단과대들이 영입을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본부는 오는 4월 중순까지 각 단과대별 후보자 이력서와 추천 사유 등을 취합한다. 임용 형태는 전임 교원으로, 연구와 강의를 모두 맡게 된다.
이번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문대, 경영대, 예술대 등 비공학 계열 학부도 AI 연구자를 초빙할 수 있다는 점으로, 학문별 인공지능전환(AX)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대 측은 전산, 컴퓨터 계열에 국한되기보다 단과대별 수요와 필요성을 종합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AI 석학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권위자만을 초빙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예컨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는 최근 주목받는 자동화연구실 분야의 석학을 추천할 수 있고, 정치외교학과에서는 AI를 활용한 여론 분석 학자를 검토할 수 있다. 인문대학이나 예술대학 계열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영입할 수 있다.
초빙 석학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급여가 제공된다. 기본 연봉은 3억원 수준으로, 2021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이 약 1억 2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AI가 전 산업을 휩쓰는 시대에 AI 석학에게 연봉 3억원은 매우 적은 금액이다”면서도 “연구 몰입 환경이나 제공 가능한 편의 등에 대해선 채용 과정에서 충분히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서울대는 석학 초빙과 함께 최근 AI 연구와 교육 체계 전반도 재편하고 있다. 우선 학내에 분산된 AI 교육 체계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는 2027년 개원과 동시에 신입생 선발을 목표로 AI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과 연합전공 인공지능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학내에 흩어진 AI 교육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시너지를 높이고, 다른 단과대와의 겸무 등을 통해 보다 큰 규모의 교육, 연구 체계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서울대는 2019년 AI연구원(AIIS)을 설립해 300여 명의 교원이 겸무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 학과에서는 AI 교육과정 개편도 병행하고 있다. AI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대 내 한 학부는 지난해 말 별도 교육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교육과정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기존 두 과목으로 나눠 가르치던 내용을 하나로 통합해 진도를 더 빠르게 나가고, ‘바이브 코딩’ 같은 AI 활용 실습 세션을 추가해 학생들이 코파일럿, 클로드 등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방향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변화 속도를 교육 체계가 따라잡기 위해서는 커리큘럼 역시 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겸직 제한 규정 발목 잡을 수도
다만 실제 초빙 과정에서는 겸직 제한 규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외국인을 국내 대학 교원으로 임용할 수는 있지만 임용 이후에는 교육공무원 신분이 적용돼 원칙적으로 영리업무와 겸직이 제한된다. 해외 명문대나 우수 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석학을 서울대 전임교원으로 데려오려면 사실상 기존 소속을 정리해야 하는 셈이다. 해외 석학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서울대 교수는 “겸직 제한 규정 때문에 해외 우수 전임교원의 국내 대학 겸직이나, 반대로 국내 우수 교원의 해외 대학 겸직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당시 국회에선 외국 대학 교원의 국내 전임교원 겸직을 허용하는 특례 신설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됐다. 이어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4년 외국 대학 교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을 국내 대학 교원으로 임용할 경우, 기존 외국 대학 교원직도 함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조국혁신당 의원도 지난 2월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서울대가 목표로 제시한 오는 9월 1일 임용 시점까지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대도 제도 보완에 나선 상태다. 2020년 글로벌 기업 소속 전문가가 서울대 교원을 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기업과 대학 간 겸직과 달리, 대학과 대학 사이의 전임교원 겸직은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다.
반면 KAIST는 상대적으로 제도 운용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와 달리 주무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 KAIST는 관련 내규에 '과학기술원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는 외국 교육·연구기관에 대한 겸직 근무'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기관과의 공동 소속이나 교원 겸직이 보다 유연하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학계 관계자는 “KAIST는 이미 교원 겸직 관련 원규가 마련돼 있어 별도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외부 기관과의 겸직 형태를 반영한 임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며 “국제 공동연구와 우수 연구자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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