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던 남편, 다시 지점장" 눈물의 다림질...'후반전' 뛰는 퇴직 은행원
[편집자주] 퇴직 은행원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70년대 초반생들도 은행을 떠나기 시작한 가운데, 현장에선 전문성과 경험을 요하는 업무가 중시되고 있어서다. 5대 은행에선 매년 23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퇴직자 1000명을 재채용하는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퇴직자 재활용은 고령화 시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우려할 지점은 없는지도 함께 짚어봤다.

지난 27일 iM뱅크 수도권PRM센터가 자리한 서울 중구 사무실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화벨 소리도, 키보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나가서 영업 중이에요." 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이곳은 현장 영업에 나선 퇴직 은행원들의 거점이다.
사무실에서 만난 윤기산 기업금융지점장(65)은 단번에 눈에 띄었다.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걸음과 말투는 현직 지점장처럼 힘이 있었다. 그는 iM뱅크 수도권PRM 서울1센터에서 지점장들을 이끄는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1980년 조흥은행에 입행해 2016년 하나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하며 36년간 은행에 몸담았던 그는 2019년 PRM 1기로 다시 현장에 돌아왔다.
윤 지점장은 "55세에 퇴직하고 나니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며 "골프도 쳐보고 친구도 만나봤지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며 마음 한 구석이 멍했다"고 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퇴직 이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연봉 2000만~3000만원 안팎의 은행 보조 업무가 대부분이다. 윤 지점장도 가구회사로 재취업했다가 이내 그만두고 쉬기로 했다.
그때 은행 후배에게 iM뱅크가 퇴직한 은행 지점장 출신들을 다시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서 기업을 상대로 대출 영업을 하는 역할이었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고 성과에 따라 계약이 연장된다. 신규 채용 인원의 약 30%는 1년 내 재계약이 안 될 정도로 성과 압박이 세지만 지원자는 많다. 지난해 10명 채용 자리에 2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성과도 뒤따르고 있다. 윤 지점장이 속한 서울1센터는 지난해 성과평가에서 전국 모든 영업점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퇴직 은행원 중심 조직이 전통적인 영업 채널을 넘어선 첫 사례다. 특히 iM뱅크는 영업 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에서 기존 점포와 고객이 겹칠 가능성이 낮다. 이 덕분에 내부 경쟁 부담 없이 고객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PRM 제도는 아직 실험 단계지만, 고령화 시대 새로운 일자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성과만 낸다면 70세 넘어도 채용을 보장하며, 성과급으로 최대 3억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성과급 1억원 이상을 받는 지점장도 전체 91명 중 5명가량이다.
김 부행장은 "8년차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계약을 연장하는 구조를 넘어 센터 자체가 하나의 생활 공동체가 됐다"며 "성과가 부진한 구성원을 서로 격려하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실적이 좋아야 센터장도 연장되는 구조다 보니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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