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EU서 도난당한 ‘인터폴 수배 차량’ 자국 내 등록 허용 추진

박은경 기자 2026. 3.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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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도로에서 차량이 교통 체증에 갇혀 있다. 사진 속 차량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한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도난당한 뒤 자국으로 반입된 차량을 합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에서는 이 법안이 자동차 절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내무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적대국의 요청으로 인터폴 수배 목록에 오른 차량을 러시아 교통경찰청(GIBDD)에 등록하고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인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이 법안은 현재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와 관련해 “적대국의 주도로 수배 목록에 오른 차량 소유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적대국’으로 분류한 나라는 EU 27개 회원국을 비롯해 한국·스위스·노르웨이·미국·캐나다·일본·호주 등이다. 법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분실 신고한 차량, 즉 점령지에서 빼앗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의 합법화 조항도 포함됐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국제 수배 중인 차량의 등록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내무부는 해당 차량이 수배 목록에 오른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적대국’ 당국이 러시아의 차량 정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무부는 독일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독일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러시아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1월 기준 독일이 국제 수배를 신청한 차량 123대가 러시아 내에서 발견됐지만, 독일 당국은 수배 이유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은 도이체벨레에 “러시아 당국의 차량 조회 요청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는 주로 민사상 소유권 문제여서 BKA 관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BKA에 따르면 2024년 독일에서 도난된 차량은 3만 373대이며 이 가운데 30%에도 못 미치는 8858건만 해결됐다.

베를린 경찰 노조(GdP) 벤야민 옌드로 대변인은 러시아의 법안 초안을 “범죄를 조장하는 재앙적 신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차량 절도 건수가 수년째 높은 수준인데 이런 법이 생기면 국제 차량 밀수 조직에 맞선 수사 당국의 싸움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 연방공공회의소(OPRF)의 알렉산더 홀로도프는 러시아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뉴스 인터뷰에서 “차량을 독일에서 팔아 러시아로 보낸 뒤 한 달 뒤에 분실 신고를 하면 독일 보험사에서 보상금까지 받는 수법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이미 성행했다”며 사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변호사인 세르게이 스미르노프도 “유럽에서 차를 훔치고 피해자는 보험금을 받은 뒤 차량은 러시아로 불법 반입돼 등록을 통해 합법화되는 구조”라며 새 법이 보험 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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