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업 적자인데"…중동사태 추가부담 카드업계 '울상'

홍지인 기자 2026. 3. 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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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명분으로 카드사에 주유 할인 확대를 주문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추가 할인과 캐시백까지 요구받자, 카드사들이 사실상 정책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명분으로 카드사에 주유 할인 확대를 주문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추가 할인과 캐시백까지 요구받자, 카드사들이 사실상 정책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대다수와의 접점이 가장 많은 결제 인프라 업종이라는 이유로 당국이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중동상황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금융부문 비상대응체계 가동에 나섰다.



주유·교통·화물까지…카드사로 번진 '고유가 부담 완화'


이날 회의에서는 고유가에 따른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사를 포함한 여전업권의 역할도 함께 논의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여전업권은 주유 특화 신용카드 할인 확대 또는 캐시백 제공, 화물차 할부금융 원금상환 유예, 대중교통 특화카드 교통요금 추가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유 카드의 경우 단순 리터당 할인 확대뿐 아니라, 주유 특화 카드 발급 시 연회비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방식 등 추가 혜택이 검토되고 있다.

또 화물운송업계 지원을 위해서는 화물차 할부금융 이용 차주 약 5만명(취급잔액 약 4조원 규모)을 대상으로 최대 3개월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유가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운송업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대중교통 분야에서도 카드사의 역할이 확대된다. 현재 일정 횟수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지출액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구조에 더해, 청년·저소득층 등을 중심으로 카드사 재원을 활용해 환급 비율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이 대부분 카드사 자체 재원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교통비 환급 확대 역시 "카드사 재원으로 환급비율 추가 확대"가 명시돼 있어, 사실상 정책 비용을 민간 금융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쌩돈으로 버틴다"…수익성 악화 속 반복되는 '상생 요구'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냥 저희 '쌩돈'이다. 수수료 수익을 깎으면 그대로 순이익에서 빠지는 구조"라며 "할인을 확대하면 결국 카드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취지인 건 맞지만 분명히 수익이 줄어드는 일이고, 이런 구조는 매년 반복돼 온 것"이라며 "이번 주유 할인 확대도 같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전업 카드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카드대출과 할부 수익이 늘었지만,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4427억원 줄어들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업계는 특히 이번 조치가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당시에도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요구를 받았다. 당시에도 수익성 악화와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이 겹치며 역마진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처럼 고물가·경기 대응 국면마다 카드사가 반복적으로 정책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피로감이 누적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런 요청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계속 반복돼 온 구조"라며 "결국 카드사가 정책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본업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추가 역할을 요구받는 데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결제 부문 수익 감소를 카드론 등 대출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할인과 환급까지 확대되면 산업 구조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생 지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재원 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카드사에만 역할을 요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결국 카드사의 수익 기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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