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망령…파월의 부인에도 시장은 떨고 있다 [머니인사이트]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3. 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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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면서 중동 지역은 전례가 없는 전면전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2015년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핵 합의(JCPOA)가 성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1기인 2018년 미국은 협정을 탈퇴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그리고 2025년 6월에는 핵 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했다. 최근 협상이 재개됐지만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기보다는 전면 공격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시설,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등 정권 지도부를 타격했으며 미국과 이란의 공격으로 이란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다수 지도부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70년대와는 다르다” vs “고용 지표가 꺾였다” 

이란의 반격은 거세다.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을 당시 이란은 반격을 단행했지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쟁은 12일 만에 종료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이유로 1979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국민들을 표적으로 대량 학살을 벌여왔으며 핵 포기를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들을 향해 “군사작전이 완료되면 여러분이 정부를 장악하라”고 언급하면서 공개적으로 이란의 정권교체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격이 핵 시설 무력화 및 정권 약화가 목적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반격은 거세다. 이란은 중동에 위치한 미군기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UAE 그리고 카타르 등 석유 및 가스 시설을 공격하고 있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최대 공급 중단 사태’로 규정될 만큼 그 규모가 방대하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커졌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협으로 북쪽은 이란 영해, 남쪽은 오만 영해이다. 호르무즈해협 중 가장 폭이 적은 곳은 33km 정도로 알려졌으며 이 중 대형 유조선들이 지나갈 만큼 수심이 깊은 곳의 폭은 6km 정도이다. 호르무즈해협이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5~30%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등 전 세계 에너지 안보에서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길이 막혔다. 이미 이라크는 원유 수출길이 끊기고 보유하고 있는 저장창고도 꽉 차면서 비자발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량 1000만 배럴 이상이 급감했다. 전 세계 소비량의 10%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60달러 중반에서 움직이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100달러 부근까지 오르면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시장의 타격도 심각하다. 세계 LNG 공급의 핵심인 카타르의 라스 라판(Ras Laffan) 시설이 이란 드론 공격을 받아 생산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LNG 공급의 약 20%가 차단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으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운송 비용과 제조 원가를 높여 결국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뜨겁다면 소비자들이 유가 상승에도 다른 부문의 소비를 줄이지 않겠지만 경제는 뜨겁지 않다. 지난 2월 미국의 고용지표는 전월 대비 9.2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4.44%를 기록하면서 지난 1월(4.29%)보다 높아졌다. AI 등 기술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 그리고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단기간 미국의 고용지표가 회복될 요인은 많지 않다.

단, 제롬 파월 Fed 의장은 3월 18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1970년대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용어는 1970년대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고 인플레이션 또한 매우 높았던 시기에 쓰였던 개념”이라며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정상 수준에 매우 근접해 있고 물가상승률 또한 정상 수준보다 불과 1%포인트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훨씬 더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에 한정해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도 경기에 대한 우려는 생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0%를 기록하면서 2025년(1.0%)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이며 이를 제외한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도 꾸준히 경제의 양극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취약계층에 더 부정적 요인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면 경제의 부담은 계속 누적될 것이다.

 강하게 부딪힐수록 빠르게 마무리될 전쟁

미국과 이란이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란도 미국도 전쟁을 길게 끌고갈 수 없다. 미국과 이란이 강하게 부딪히면서 양측의 무기 재고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군수 공장 등을 타격하면서 공격 능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 강도는 전쟁 초반과 비교하면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란이 저가형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이는 우려되는 요인이지만 미국은 드론 생산 설비 공격을 통해 추가적인 생산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 역시 올해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남아 있는 임기 동안 정책 추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결정한 시기는 미국 대법원에서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판결을 내린 일주일 이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관세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것’,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다고 포장해왔는데 그 원동력이 상실됐다.

베팅 업체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을 90%가량으로 보고 있는데 트럼프는 전쟁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주목도를 낮추고 공화당의 집결을 위해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같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상호관세의 위법 판결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졌지만 장기화될수록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인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하루에 7억~10억 달러의 재정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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